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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띄우는 글] 공동체를 불러내다!

2020-11-26

공동체를 불러내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운율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몸을 움직이며 오래 전부터 아이들이 즐겨하던 놀이다. 함께 하고 싶은 친구를 우리 편으로 불러내는 놀이인데, 가위 바위 보에서 지면 오히려 진 사람이 상대편의 일원이 된다. 누구나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불려갈 수 있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나는 나이면서 우리일 수 있는, 경계가 없는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가 놀이 속에 있다. 마을의 공동체 모습도 이와 닮았다. 문턱 없이 오고 가며 이때는 이런 일을, 다음번에는 다른 일을 다양하게 이런 사람들과 저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그런 재미가 마을에 없으면 어디에 있겠는가.

마을의 공동체는 하나가 아니다. 많다. 많아도 좋고 많으면 좋다. 기본적으로 동아리는 하나의 공동체다. 관심과 취미,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꿈을 지지해가면서 삶에 재미와 멋을 더해간다. 머지않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마을에서 소속 동아리 하나쯤은 필수인 날이 오지 않을까? 가장 경제적으로 삶을 풍요롭고 안정되게 만들 수 있는 길이니까. 노래동아리, 그림동아리, 걷기동아리, 책 읽는 동아리, 환경동아리, 음식동아리, 운동동아리, 엄마동아리, 아빠동아리, 아이들 동아리, 아이, 어른 섞인 동아리… 정말 각양각색의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벽도, 사다리도, 지위도, 권력도 없이 열려있고 그 안에서도 밖에서도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동아리들을 편히 오가며 누리는 즐거움을 마을에서보다 더 잘 누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아는 사람은 안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 맛과 알찬 가치를.

그렇다고 마을에 동아리만 있는 건 아니다. 목적을 가진 여러 단체들이 있을 수 있고, 주거지나 활동 중심의 공동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 성격은 같다. 마을에서는 누구나 하나같이 평등하게 잘나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주민이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함이 즐거움일 수 있다. 그것이 공동체의 핵심이다. 관계는 열려있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불러줄 수 있다. 서로 그렇게 불러내어 함께일 수 있는 편안하고 좋은 마을공동체를 우리 사회에 많이 많이 불러낼 때다. 이름을 불러주어 꽃이 된 존재들이 한데 어울려 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너와 나를, 서로의 공동체를 불러내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에서 읊어진 대로 우리가 서로 다른 모습의 꽃으로 피어나 그 다양함이 어울린 아름다움이 마을에서 피어나기를 바라며.

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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