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와 함께] 용인마을조사원 교육 후기
2020-11-26용인마을조사원 교육을 마치고…
‘마을’을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사는 곳”으로 간단하게 설명한다. 또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말 또는 마실 그리고 타운(Town)이라고도 한다. 주로 도시(City)보다는 작고, 촌락(Village)보다는 큰 거주 지역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나, 우리말에서는 촌락이나 부락 등의 단어가 마을을 대신하여 사용되기도 한다”라고 제법 자세하게 써놓았다. 덧붙여 ‘동네’와는 비슷하면서 달라, ‘동네’는 자기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공간으로 다소 인식적인 범위’라고 풀어놓았다. 근대화 이전의 광경이 머리에 그려지면서 이런 설명은 최소한 현재의 라이프스타일과는 격차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마을이란 단어는 농수축산업과 관광산업의 마케팅 단어로 익숙하다. 그런데 사전에 두 번째 뜻으로는 “2. 주로 ‘가다’, ‘다니다’, ‘오다’ 등의 동사와 함께 쓰여 이웃에 놀러 가는 일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그렇다. 마을은 협의의 지리적 용어라기보다는 보다 넓고 깊게 이웃사람들과의 시간을 두고 쌓인 관계를 일컫는 말일테다. 주소지 근처에서 장을 보고 명소를 방문하고 개천 따라 자전거를 탄다 해도 동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비로소 진짜 ‘마을’일 테다.
지난여름 용인으로 이사 와서 2년차, 소심과 낯가림으로 진짜 용인사람 되기에는 오래 걸리겠다 짐작했지만 거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이라니. 용인사람을 만나야 진짜 용인사람이 될 터인데. 벌써 두 번째 가을.
마침 눈에 띈 용인 마을자원조사원 모집공고. 용인의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황과 욕구 등을 파악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공동체 활동을 촉진하고 일거리 모델로 성장,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조사원을 모집, 교육한단다. 이건 나를 부르는 소리^^ 10월 6일과 13일에 교육을 받았다. 용인시청 건물 뒤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마을활동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용인시의 행정과 마을공동체 사이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주인이 있는 마을, 내•일이 있는 마을’이라는 비전으로 갖고 지난 7월 1일 문을 열었다. 연인선 센터장님은 인사말에서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 우리가 사는 마을을 좀 더 나은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자 한다”며 참가자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셨다. “앞으로 센터는 주민들의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지원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활동을 널리 홍보, 전파하고 서로 연계하여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에 관심 있는 주민을 더 많이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 필요한 마을공동체와 행정사이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자립하여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할 것“이라 하셨다.
마을공동체 자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말할까? 그리고 이번 자원조사는 왜 하는 걸까?
물론 마을공동체의 자원이란 물질적 자원과 인적자원 모두를 아우른다. 역사 문화 경제적 자원은 물론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역시 인적 자원일 테다. 마을에는 여자, 남자, 아이, 어르신, 가르치는 사람, 배우길 좋아하는 사람, 학생, 직업 탐색 중인 사람, 농사짓는 사람, 꽃을 가꾸는 사람, 상담가, 아이를 돌보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 시인, 옷 짓기 좋아하는 사람, 가구를 만드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병을 치료하는 사람, 간호사, 게이머, 운전기사, 드러머, 마라토너, 목청이 좋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시각장애인, 치매 어른이 걱정인 사람, 전동공구를 잘 다루는 사람, 음식물쓰레기를 걱정하는 사람, 판 벌리기 좋아하는 사람, 도와주기 좋아하는 사람 등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이, 나름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하나가 아닌 둘 셋 혹은 여럿이 모여야 이야기가 오가고 그래야 무형 유형의 에너지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마을자원은 ‘관계’가 핵심 같다.
두 차례 강의를 맡은 박수미 강사(사회적 경제 및 마을공동체 서비스 개발 및 설계 전문가)는 ‘마을’을 “실체가 되어간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마을은 ‘만들어가는(developing) 것’으로, 이것은 결과물로 제시된 것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의욕을 가진 주민이 만들어가는 활동 그 자체에 방점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이미 만들어진 기존의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방법도 물론 용이하지만 이어지는 욕구나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역자원을 연결하여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마을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다. 여기서 주민은 공동생산자이며 주체로써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장중심의 문제해결, 공동생산자로서 주민 스스로를 조직하고 정책을 결정하고 서비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지역사회 경제의 주체이기도하다. 그러므로 주민의 영향력과 중요도가 커지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민간과 행정이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주민이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스스로 처리함으로써 지방자치와 예산기획의 주체가 되는 ‘주민자치’라는 큰 그림을 실현하는 로드맵의 앞부분이 된다.
그러나 마을활동을 여러 해 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한다. 시키는 사람 없이도 좋아서 스스로 나서서 시작했고 밀고 당기며 나아가지만 어느 순간 문득 힘겨워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저절로 묻게 된다. ‘이걸 왜 하고 있지?’ 이유는 많지만 한마디로 하면 ‘보상’이 아닐까. 금전적이든 사회적이든 정서적이든. 활동가들의 자발적이고 희생적인 노력만으로는 마을공동체의 지속적인 유지발전을 절대 기대할 수 없음은 마을활동가도 행정기관도 모두 잘 알고는 있으나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모든 마을공동체가 그럴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이 난관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적극적으로 이번 조사를 마련했다. 일차적으로 수많은 마을활동에 ‘할 거리’와 ‘일거리’라는 명칭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취합하고자 한다. 이번 설문에 거는 기대가 크고 조사원으로 활동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조사가 얼른 끝나길 바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향후 방안으로 어떤 걸 제시할지 매우 기대된다. 무엇보다 같이 활동할 조사원들.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사람, 조사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 회계가 전문인 사람, 마을 길을 만드는 사람 등등.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시끌벅적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밥도 먹고. 그나저나 언제쯤 우린 자유롭게 외쳐볼까?
“나, 마실 다녀올게~~”
글_조미환(용인마을조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