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12월_칼럼
2020-12-0412월_마을에 띄우는 글
휑하니 빈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더 차게 부는 겨울 이때쯤이면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나뭇잎 떨군 빈 가지처럼 허하게 드러나면서 뼈만 남은 현실을 마주하는 듯해 왠지 스스로 가엾어지곤 합니다. 올해는 더 그렇습니다. 코로나가 불러온 기막힌 현실은 우리의 현실감을 더욱 깎아내 버려 한 발 앞을 어떻게 내딛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와중 한여름에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시청청사 뒤 언덕 쪽에 조용히 작은 사무실을 꾸미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부터 시작하여 업무 준비를 하고 하나씩 하나씩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역할이라는 현실을 만들어갔습니다. 없던 현실은 이렇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다른 기관들, 몰랐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계획했던 교육, 행사들을 차례차례 진행하면서 용인의 마을공동체들과 활동가들을 새롭게 만났습니다. 그 만남의 자리에 가장 환하고 또렷하게 현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매번 그런 자리마다 사람들이 지닌 저마다의 아우라가 어우러지며 사람들이 발하는 신비로운 빛의 조화가 빚어지곤 했습니다.
몇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나눈 생각과 말, 희망과 기운이 정말 살아있는 현실의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현실은 미리 존재할 수 없으므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지난여름과 가을 동안 새로 생긴 센터와 함께 이런저런 방식으로 용인 마을공동체의 다채로운 현실을 만들어 와준 한 분 한 분의 존재와 서로의 관계가 그 어디에도 없는 풍성한 현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만남과 협력의 파장 안에서 빚어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현실을 마을에서, 지역에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그 자리에 함께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함께 더 이상 비현실적이지 않은 ‘마을’이라 불리는 충만한 현실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글_연인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