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세대가 함께 나누는 마을이야기_후기
2020-12-07[마을에 띄우는 글] 세대가 함께 나누는 마을이야기 – 후기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ZOOM으로 진행한 대화의 자리, ‘청소년, 마을에서 자란다’에 참여하였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마을을 만들어 물려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어떻게 해야 미래세대들이 마을을 스스로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발전되었다. 이것은 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신선한 도전이 되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청소년 세대를 위한 담론뿐 아니라, 청년세대 및 은퇴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활동가들과 함께 3개월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27일 죽전 아르피아 타워 용인 수지 청년 LAB에서 세대가 함께 나누는 마을 이야기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간 나눈 이야기들에서 뽑은 핵심 단어 카드로 나눈 이야기 1부와 미리 질문을 던져 세대별로 조사한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것’, ‘마을에서의 역할’, ‘다른 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수집된 답을 공유하며 이야기 2부가 진행되었다.
마을이라는 ‘공간’과 세대라는 ‘시간’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면서 보다 더 구체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나의 마을과 도시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청년의 입에서 나온 청년들을 위한 ‘집’이 필요하다는 다소 무거운 부동산 이야기부터 ‘놀 거리’나 ‘일거리’처럼 소소한 일상까지 마을에서 채우고 싶은 다양한 욕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교육자로서 공부만큼 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때문에 ‘놀 거리’, ‘보드게임’, ‘댄스 무대’, ‘운동시설’, ‘게임대회’ 등의 키워드들을 보면서 모든 세대가 재미와 소통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이는 개인의 재미를 넘어 사회적 관계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놀이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아동세대뿐 아니라, 청소년, 청년, 장년, 은퇴세대까지도 이어진다.
2014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의 결과 중 하나는 또래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동의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동들의 놀이 경험이 자신의 마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방과 후 아이들이 놀아야 할 골목과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고, 요즘의 아이들은 놀이를 키즈카페나 PC방 등에서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놀이는 자본주의의 소비재가 아니라, ‘호모 루덴스’가 말하듯 인간의 본질로서 삶의 터전인 마을 곳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변화들이 도시의 규모에 비해 문화적 인프라가 적은 용인에서도 가능할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행정 지원이 조금만 뒷받침이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ZOOM에서 진행된 대화의 마지막 시간에 나는 ‘말뿐인 협의체는 의미 없다’고 했다. 어쨌거나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나 또한 여건이 되는대로 시민으로 또 활동가로 참여해 볼 참이다. 하나의 놀이공원이 용인의 대표적인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용인시의 마을이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유쾌한 삶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박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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