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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50): 공간의 힘
2021-08-181.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이 만든 공간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05월 01일 출간
🙏 한줄 책소개 ▶이 책은 지역 간 문화의 교류와 분야 간 융합으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문화 유전자의 진화와 계보를 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동양의 도자기가 서양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처음으로 영향을 받은 디자인 분야는 조경이다. 왜냐하면 수입된 도자기 표면에 보통 정원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생전 처음 보는 우아한 곡선 지붕의 건축물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 충격은 마치 상자 같은 건물만 보면서 자라난 우리가 프랭크 게리의 ‘디즈니 콘서트홀’이나 동대문 ‘DDP’ 같은 곡면의 건축물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기존 유럽의 건축은 기하학적이고 직선의 경직된 모습인 반면, 도자기 속에 그려진 정자 건축은 자유로운 곡선의 모습이었다. 건축적으로 서양의 벽 중심의 건축과 달리 도자기 그림 속 건축물은 기둥과 지붕만 있는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정원의 모습도 유럽의 정원은 직선의 기하학적인 디자인이었다면 도자기 속에 보이는 동양의 정원은 자연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의 바위와 나무들의 배치였다. 서양인들은 이전에는 접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정원과 건축물을 보고 동경하고 따라하게 되었다. 영국인들이 정원에 정자처럼 생긴 파고라pergola를 짓고 중국차를 마시는 전통은 이때부터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동양 스타 일 따라 하기는 정원에 그치지 않고 문화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지금의 ‘한류’ 같은 일종의 중국풍이라고 할 수 있는 ‘시누아즈리’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179쪽
칸은 침묵하는 동양의 보이드 공간을 서양의 기하학적인 틀에 성공적으로 맞춰 넣은 건축가다. 루이스 칸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건축가로 추앙받는다. 그가 그렇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 하고 융합하는 능력에 있다. 코르뷔지에와 미스가 서양 건축가로서 근 대의 새로운 기술에 동양의 문화 유전자를 융합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면, 루이스 칸은 현대식 건축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서양 전통 건축, 도가 사상, 유대 민족 문화까지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문화적 유전자를 섞어서 융합시킨 건축가였다. 특히 20세기 전반을 거치면서 사라졌던 서양의 전통 문화 유전자를 복원하여 사용한 점은 그 의 독특한 성취다. 솔로몬의 문양 역시 오랜 과거의 문화 유전자다. 미스나 코르뷔지에가 한 융합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문화 유전자를 빌려 쓰는 ‘공간을 뛰어넘는 융합 능력’이라면, 루이스 칸은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문화 유전자를 도입하는 ‘시간을 뛰어넘는 융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간을 초월한 융합 능력’이 칸을 위대한 건축가로 만든 것이다. -293~294쪽
_ 책 속에서
2. 내가 사랑한 공간들
내가 사랑한 공간들 삶의 안목을 높여 주는 공간 큐레이션 20 | 양장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1월 30일 출간
🙏 한줄 책소개 ▶사진작가인 저자 윤광준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공간을 인문적·미학적 시선에서 섬세하게 읽어 낸 공간 교양서이다.
이렇게 장소 스무 곳을 선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기준이므로 선정된 장소의 대표성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누가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객관적 기준은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돌아볼 만한 곳이라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선정 기준이라면 공공성이 우선이다. 제 아무리 멋지고 의미가 있더라도 문 걸어 잠근 곳을 들어가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정원에서부터 카페, 기업과 기관의 시설,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까지 일반인에게 개방한 장소에 국한시켰다.
각 장소나 공간이 지닌 이야기도 중요하다. 드러난 모습보다 만든 이의 취지와 과정을 알 때 공감의 폭이 커질 테니까.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도 포함시켰다. 모두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는 곳이다. 이들 공간에서 각자의 경험이 풍부해진다면 선정의 역할을 다한 게 된다.
– 「서문」, 12쪽
녹사평역은 과정의 역설 때문에 특색 있는 역으로 남게 됐다. 쓸쓸한 이야기를 지닌 한산하고 아름다운 역이랄까. 깊이 3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공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내부를 비운 원통형 설계로 천장을 뚫어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돔(Dome)형 아트리움(Atrium)이 설치된 국내 유일의 지하철역이다. 녹사평역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은 하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효과에서 나온다. 태양의 고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각도가 실내의 그림자를 이동시킨다. 매순간 새로운 인상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맑은 날이면 역 안의 창문에 비치는 그림자의 움직임이 재미있다. 길고 짧은 그림자가 지하 공간의 벽면을 따라 비친다. 빛으로 생기는 공간의 생동감이란 기대 이상이다. 2층 난간에 서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자면 지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 「6호선 녹사평역」, 28~29쪽
B39는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내부 시설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외부와 차단된 벽 안에서 남겨진 구조물이나 공간을 바라보는 게 전부다. 평소라면 이런 장소에 오래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엔 아무도 없다. 홀로 있다는 것만으로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된다. 커다란 공간과 자신이 비로소 면대면의 독대를 하게 되는 순간이다. 놀랍고, 당혹스러우며, 두려움마저 든다. 일상의 시간이 멈춘 듯한 가공의 큐브 안에 들어 있는 듯하다. 빈 공간과 무위의 시간은 절묘한 조화다. 공간은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 「부천아트벙커 B39」, 219쪽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정서적 반응이 달라진다. 크다, 넓다와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세월의 흔적, 칠해진 페인트의 색깔, 빛의 느낌, 요소요소에 심어진 풀과 나무, 공간을 채운 냄새까지 영향을 준다. 커피를 마셔도 이곳에서 마시면 더 멋져 보이고, 동일한 물건도 더 좋아 보인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다. 감각은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서만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체험의 장소와 공간의 분위기가 곧 감각의 수용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 – 「F1963」, 308쪽
_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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