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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아이가 마을에서 자란다는 것

2022-05-25

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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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작은 도시 출신인 나와 서울 토박이인 남편이 만나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용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신혼생활은 외롭기 그지없었지만, 그 나이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자만했다. 그러다 아이가 생겼다.

친정도 시댁도 멀었던 나는 아이를 오롯이 혼자 키워야만 할 게 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육아공동체였다. 육아공동체를 통해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또 같은 생각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아이들을 길렀다.

동네 초입에 앉아서 아이들과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며 놀았다. 텃밭을 가꾸고 있으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교사가 됐다. 하나같이 서툰 솜씨로 상추며 오이며 방울토마토를 심고 있으면 지나가던 동네 베테랑 분들이 심는 법, 키우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멋들어진 통나무집에 사는 할머니는 당신 집 텃밭에 초대해 주셨고, 교회 할머니는 6·25 전쟁 통에 일어난 이야기를 실감나게 해 주셨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마을과 함께 자란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화요일마다 작은 집게와 바구니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논밭이 계절마다 변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우리 마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찰했다. 열심히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에게 고깃집 사장님은 기특하다며 사이다를 건네주셨고, 마을 할아버지는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시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제일 많이 듣는 우려의 말은 ‘아이들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고 관계가 좁아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학교였고, 만나는 누구든 그들은 선생님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서는 동네 장에 오는 과일가게 아저씨도, 아파트 단지 내 환경미화 할머니도 모두 삶을 나누고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마을과 함께 자랐다.

마을에서 많은 것을 얻으며 자란 아이들이 점점 더 커가면서 우리는 또 다른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이웃을 위한 나눔을 해보고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복지관에서 새로운 의미의 마을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각기 다른 세대들이 소통을 위해 모였고, 서로 돌봄을 실천했다. 큰 세대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했고 대화가 잘 통했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아이들은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함께 캠페인을 열기도 하고, 줍깅도 다녀왔다. 아이들을 위한 하모니카 연주회도 열렸다. 아이들은 나눔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직접 체득하며 배워갔다.

내가 마을에서 바라는 것은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혼자 걸어가는 아이에게 다정한 눈빛으로 인사 한번 해 주는 것. 산책 중인 강아지에게 아는 척 한번 해 주는 것 같은 것이다. 트로트를 틀고 보조기에 의지해 걷고 계신 할아버지에게 건넨 친근한 말 한마디가 마을의 기운을, 우리 삶의 기운을 바꿔준다.

그런 마을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곽지선 대안학교 교사

https://www.yongin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