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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용인 동천동엔 드림냉장고가 있다

2022-06-22

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19

이미지에 대체텍스트 속성이 없습니다; 파일명은 다들00.jpg 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 바깥 한쪽에 냉장고가 하나 자리 잡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공유 ‘드림냉장고’. 왜 거기에 냉장고가 있는지, 그 안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한 마음에 오다가다 잠깐 눈으로 스캔만 하고 지나치는 분들, 이게 뭘까 유심히 들여다보는 분들, 냉장고 안내 문구를 유심히 읽던 한 어르신들이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물어보셨습니다.

“이게 뭐 하는 겁니까, 파는 겁니까?” “파는 거 아녜요. 어르신, 필요한 거 있으시면 그냥 갖고 가시면 됩니다.”

“그냥?” “공짜로?” “네”

“왜 공짜로 가져가나?” “없는 사람들 주려고 해놓은 거 아닌가?” “맞어, 그런 사람들만 갖고 가는 가벼.”

공유 냉장고를 처음 보는 분들은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나누는 공유 냉장고는 우리 이웃이면, 주민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냉장고이니 냉장고 안에, 아니면 그 옆 수납장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 중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가시라고 장황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그런데 당신은 집에 많아서 그런 거 안 가져가도 된다고 합니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주민자치센터 앞에는 공유냉장고가 설치돼 있다.

“우린 그런 사람 아니여.”

‘그런 사람? 아! 돌봄 받아야 될 사람을 말하시는 구나.’ “어르신, 그럼 안 쓰는 생필품이나 안 드시는 식재료 있으면 여기 갖다 넣으세요. 필요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요.”

“그럴 건 없어.”

공유 냉장고를 시작하면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용 가능한 주민을 특정 계층으로 제한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럼 냉장고에 접근하는 분들한테 서류 첨부를 요구해야 할까요? 냉장고를 사용해도 되는 분인지 아닌지 ‘누구나 이용 가능한 냉장고’라는 주제가 무색해집니다. 도난이라도 당하면, 한사람이 싹쓸이로 냉장고 털어 가면 어쩌려고. 이용 수칙이 있더라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막 들고 갈 텐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냐 등등.

그럼 어쩌나요. 열 때마다 예의 주시하면서 두 개 이상 꺼내 가는 건 아닌지 혹, 아침에 분명히 가져가는 걸 봤는데 오후에 왜 또 오셨나 일일이 확인을…. 많은 걱정이 있었죠. 하지만 시작도 안했는데 무턱대고 우리 이웃들을 의심만 할 수는 없는 일, 혹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이해하면 될 일.

‘두 개가 필요하셨나 보다’ ‘누군가 맛있게 드신다면 버려지는 것보다 오히려 잘된 일이지.’

‘많이 이용해 주신다면 그게 바로 공유 냉장고 취지에 맞는 거야.’ ‘하다 보면 자정작용이라는 게 생길 거야. 그래 주민들을 믿고 해보는 거야.’

우려할만한 일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몇 개씩 들고 가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분들이 또 수납장을, 냉장고를 그만큼 채워주셨습니다. 그렇게 공유 냉장고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돼 갑니다.

결코 크지 않은 냉장고는 한 번도 가득 물건이 채워진 적은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물건들을 놓고 가시고 또 누군가는 냉장고 속 물건을 가만히 들고 갑니다. 언제나 늘 그만큼만 냉장고는 채워집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음식점도, 슈퍼마켓도 찾아다니면서 홍보하고 물건을 기부 받았다면 좀 더 풍성하게 보기 좋게 냉장고를 채울 수 있었을까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적극적인 사업 활동이 어려웠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공유’라는 단어의 낯섦이 주는 1인치의 장벽을 허물지 못한 것도 이유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어르신이 말씀하신 “그럴 건 없어”라는 말이 “남 줄 건 없어”로 해석되는 것도 제 생각만은 아닐 듯싶습니다. 공동체적 가치인 ‘함께 나눔–공유’가 지금 시대에 참 어울리기 힘든 단어가 된 듯합니다. 그래도 소박하게나마 근근이 우리 냉장고가 문 닫지 않고 지속된다는 건 그 공유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이웃하고 있는 덕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싼 먹거리나 제품들이 냉장고에 넘쳐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바람이라면 정말 누구나 꺼내 가고 누구나 채워주기를. 퍼도 퍼도 끝없이 채워지는 화수분 같은 공유 냉장고를 희망해 봅니다. 너무 큰 바람일까요? 우리 동네 공유 냉장고 ’오늘도 궁금한 그곳 동천동 드림냉장고’ 먹을 걸 나눠요! 좋은 걸 나눠요! 정을 나눠요!

황영미 (동천동주민자치위원)

https://www.yongin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