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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동네 텃밭에서 얻는 행복

2022-07-07

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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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기흥구 서농동주민자치센터에서 마을공동체 사업 ‘어쩌다 농부’의 하나로 텃밭 가꾸기 추첨이 있었다. 평소 텃밭에 관심이 있던 터라 추첨에 응모했는데, 첫 번째로 당첨이 되어 뛸 듯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농사일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겁도 났다.

텃밭은 집에서 10여 분 거리로 가까워서 다행이었지만, 풀을 뽑고 모종을 심을 두둑을 만드는데 몸살이 날 정도로 며칠이 걸렸다. 4월 중순 경에는 ‘무엇을 심을까?’ 생각하다가 일단 모종을 사러 성남 모란시장에 갔다.

모란시장에는 여러 종류의 채소 모종이 있어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유튜브를 살펴보니 상추, 고추, 가지, 깻잎, 방울토마토, 고구마, 호박모종이 기르기가 쉬운 것 같아서 그것들을 샀다.

즐거움을 주는 동네 텃밭

사온 모종들은 물만 주면 된다고 해서 심었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매일 아침 저녁으로 텃밭에 가서 물을 주었다. 그렇게 한 달 이상 가뭄으로 가족들과 협동해 물을 주어야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가끔 물 주는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피곤해서 나가기가 귀찮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추가 무성해지고 고추와 방울토마토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운동도 되고 부부간에 합심도 되고, 자녀들과 손주에게도 체험교육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상추, 고추, 깻잎, 방울토마토가 넘쳐서 이웃과 함께 수확도 하고 나눠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나눔의 정이 그동안 얼마나 그리웠던가. 그동안 코로나로 단절된 이웃과 더욱 가까워지고 사랑이 넘치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산업화, 도시화가 되고 직접 몸으로 익힐 수 있는 노작의 기회가 가정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텃밭 가꾸기로 자녀들과 손주들의 정서가 함양되고, 가족 공동체 의식이 향상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경험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어서 보람도 느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소규모로 자신의 텃밭을 만들어 두고 가족단위 농사 체험장 겸 어린 자녀의 자연학습장으로 이용했으면 한다. 농사일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기르기 편하고 일상에서 먹는 채소를 선정해 재배하는데 어려운 점은 조금도 없었다.

농사 체험을 통해 우리가 먹고 있는 채소들과 농부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땅과 자연의 정직함도 배울 수 있기에 가장 바람직하고 훌륭한 마을 공동체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소중함도 느끼기 시작했다.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올해 텃밭이 주는 선물로 내 마음이 풍족해지고 나눔의 실천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땀 흘리는 노동의 중요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면 바로 텃밭 가꾸기가 그러한 소소한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동네 텃밭에서 말이다.

정예령

동네 텃밭에서 얻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