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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공부” 1월 참여 후기
2022-02-09내 이럴 줄 알았다. 오후에 마신 카페라떼가 맛이 있더라니……… 새벽 3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 이 놈의 카페인은 내 몸에서 배출될 생각을 안하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껏 미뤄뒀던 소감문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무슨 말부터 먼저 해야 할까? 이 공부 모임에 참여하게 된 동기? 별로 특별하지가 않다. 우연찮게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었고, 좋은 내용들이 많아 이웃으로 추가했고, 공지로 뜬 강의 커리큘럼이 마음에 쏙 들어서 신청하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첫 모임에서 내가 엄청난 착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로, 여러 가지로 평범하지 않았다.
그 강의들은 진작에 종료되었으며 강의 교재인 ‘터무늬 교재’를 가지고 복습해보는 스터디 모임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주입식 교육의 최대 피해자인 나는 전문적인 지식이 많고, 말을 잘하는 강사님들의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이었다. 내 개인적인 의견을 남들 앞에서 피력하고,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에서처럼 열띤 토론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색하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8교시 수업까지 오면서 공통의 의제(풀 거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엉뚱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해도, 내가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전달하면 되는 거였는데 너무 겁이 많았다. 생각을 바꾸니 모임이 재미있었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화요일이 기다려졌다. 앞으로 3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 공부 모임의 최대 매력은 각 회차마다 진행자가 바뀐다는 점이다. 1교시는 센터장님이 맡아주셨고, 2교시부터는 자발적으로 진행자를 정하였다. 8교시까지 자신만의 노하우로 잘 이끌어주는 참여자들로 인해 더욱 풍성한 스터디로 거듭나고 있다. 나도 5교시 ‘마을자치’ 부분을 진행하면서 사전에 자료도 찾아보고, 본문도 여러 번 읽어보게 되니 더 많이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사는 동의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지향 방향을 알지 못했다. 또한 지역사회의 운영에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들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이 둘의 관계가 ‘일란성 쌍둥이’처럼 서로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된 지금,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진 것 같다.
함께 공부하는 참여자들 대부분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계신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마을경제조직을 직접 설립하거나 그 일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공동체의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잘 알고 계시고,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끼리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여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 많은 고민들을 하는 것 같다. 명쾌한 해답은 아니지만 유용한 팁을 찾기 위해 이 공부를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 ‘의사소통 및 관계형성’이란 챕터를 공부하면서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말을 해야 할 때와 들어야 할 때의 적절한 구별, 공감하기, 갈등 관리, 협상의 기술, 다양성의 인식 등 이 모든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상대방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하고, 내 생각과 판단을 최대한 줄여 상대방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삼차원이고, 대화(말)는 일차원이다. 일차원의 그것으로 우리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는 것 아닐까? ‘윌리엄 유리’의 명언처럼 소통의 기술로 사람과 싸우지 말고 문제와 싸우자!
작년에 마을 민주주의 교육 ‘마을 히어로’라는 주민리더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기억에 남는 말이 ‘컴퓨터는 답을 찾고 사람은 질문을 한다’이다. 공부 모임을 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는데 내가 참여자들에게 질문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같이 공부하는 센터장님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여 질문을 하시거나, 교재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잘 캐치해 우리에게 질문거리를 던져주신다. 이처럼 본받고 싶은 센터장님의 질문들과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싶다. 갑자기 든 생각? 4차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절대 우리 인간은 AI의 지배를 받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들의 공부 모임’ 참여자들은 각자 엄청난 재능과 개성을 가진 능력자들이다. 용인 마을공동체의 어벤져스다. 난 일반 소시민이었다가 용감하게 소감문 작성을 하겠다고 한 ‘철부지 예스맨’이라는 히어로로 재탄생했다. 혹시 빌런은 아닐까 걱정스럽긴 하다. 우리 어벤져스 공부 모임이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 많이 아쉽지만, 아무쪼록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히어로로서의 멋진 활동을 기대해본다. 또 이 공부 모임을 통해 터 무늬 교육과정의 목표인 ‘당연한 것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마음을 흔들고 생각을 깨는 크고 작은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 본다.
이유솔(공부모임 참가자)
참가신청: https://bit.ly/우리들의공부
12월 7일부터 2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 10-11:30분
교재나 그 밖의 문의는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로 해주세요. 031-335-1070
줌으로 만나 ‘터 무늬’교재를 가지고 이어갑니다.
한 달에 3번은 줌으로 만나고 한번은 오프라인으로 만날 예정입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각 회차에 다룰 교재 내용을 미리 읽고 다음 사항을 메모해서 만납니다.
10회차: 2. 15. – 주민모임
11회차: 2. 22. – 나는 마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대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