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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마을자치학교 교육워크숍 (마을자치학교 진행자 교육)

2021-09-24

성숙한 초록으로,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

글 :정현주(용인 마을자치학교 진행자)

마을영화제 준비로 정신없이 바쁘던 어느 날, ‘경기 마을스런’ 활동가 워크숍과 ‘용인형 마을자치학교 진행자 교육 워크숍’이 거의 동시에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이건 해야겠다 싶었다. 다행히 시간도 겹치지 않았고 분명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는 느낌이 왔다. 그렇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음을 고백한다. 다만 경기도와 용인시가 비슷한 시기에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용인시는 지난해에 주민자치회 조례를 만들고 올해부터 시범동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주민자치를 시작하려던 계획이었으나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에 익숙한 분들의 불신과 오해 등으로 인해 예정된 일정이 모두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국회에서도 8월 말 현재 기준으로 7개의 주민자치관련 법안이 상정되어 있으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역할의 구분일 뿐인데 권한의 충돌로 오해해서 주민자치 활성화를 반대하는 그룹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좋은 사례를 만들고 이를 보여주면 순차적으로 주민자치의 취지를 공감하고 동참하는 마을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대와 실망, 실패와 시행착오가 점철되고 누적되면서 점차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생력을 길러가는 것이 더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을자치학교 워크숍의 첫 번째 교육은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의 연결’이라는 주제로 인천 마을공동체만들기센터장인 이혜경님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주민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공동의 지역 사회 이야기를 나누어 보거나 비전 선언문을 작성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용인 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십여 명의 마을활동가들이 참여했고 주민자치를 담당하는 시 공무원들도 여러 명 함께해서 각자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는데, 초면이었음에도 낯설기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동지 의식 같은 게 느껴졌고 용인의 주민 자치도 이 분들을 비롯해 각자가 속한 지역 공동체에 의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싶어 든든하면서도 그 과정의 지난함을 알기에 애틋한 마음도 들었다.

두 번째 교육은 ‘변화를 만드는 주민 자치’라는 주제로, 모시기 힘든 귀한 강사님(민주주의 기술학교 권지현님) 의 지도하에 퍼실리테이션 방식으로 마을자치학교 진행자가 유념해야 할 점들을 피부로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자와 참여자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중립성과 신뢰 유지가 중요하며 마을의 비전과 미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좋은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고 진행자는 논리적 사고와 감성적 사고를 겸비해야 하며 이는 개념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

마을별로 현재 주민 자치의 상황과 단계가 다른 만큼 이를 먼저 파악하고 계획 단계부터 차분히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과 마을을 상상하려면 욕구들을 잘 정리하여 의제로 만들어가야 하고 참여자의 이야기가 정답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한 말씀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워크숍 이후 현재, 교육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용인형 마을자치학교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드는 중이다. 교육이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빠르면 10월부터 가동될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 그룹을 정하는 등 점차 구체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으로 가슴이 사뭇 떨려온다.

누군가 가을의 초록이 봄의 초록과 다른 점은 여름의 태풍과 비, 태양의 열기 모두를 견뎌낸 성숙한 초록이라고 했다던 말이 생각난다.

촛불을 들어 억압된 정부를 끌어내린 우리가 주민자치를 통해 나의 일상적인 삶터에서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다. 차분하면서도 힘차게 시작해 보자.

용인의 마을자치학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