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와 함께]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기반 설계_ 후기1
2021-07-05‘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경기반설계-공동체에서 사회적경제기업으로’
▶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기반 설계 수료식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기반 설계」 교육을 받고…
‘감자 5㎏ 1박스 만원’ 글을 마을 톡방에 올리자마자 불우이웃기금 마련을 위해 주민센터 앞에 쌓여있던 감자 18박스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사실 5㎏가 아니고 10㎏이었지만 주민들 누구도 무게나 가격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감자의 판매자가 마을 통장이라 주민들은 자신의 지갑을 스스럼없이 열었다. 통장은 마을 활동 6년 차인 나의 현재 직함이다.
서울시에서 시도되었던 마을공동체 사업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때쯤 나 역시 용인시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마을공동체 활동을 벌였다. 마을미디어, 마을역사지도 등의 개인적 사업부터 마을네트워크 차원의 공동체사업까지 다양하게 참여했다.
지자체들의 각종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은 약이자 독이다. 씨앗이 잘 싹트기 위해 거름이 필요하듯 지원비는 마을공동체의 씨앗기에는 분명 좋은 거름이었다. 하지만 기름진 밭이 되기 위해서는 매년 거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때때로 산성화된 밭에 콩을 심어 땅을 중화시키고 씨앗과 모종을 심는 위치도 바꿔야 한다. 자그마한 텃밭이라도 매해 새로운 변화들이 시도되어야 싱싱하고 건강한 채소들을 오래도록 수확할 수 있다. 지원사업은 마을주민들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누군가의 지속적인 희생 위에 불안정한 모래성 같기만 했다. 게다가 행정적 틀에서 계획되니 어느 순간 주민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지 지자체의 사업성과를 위한 도구인지 불분명해지기도 한다. 사업이 지나간 자리에 주민이 남아야 하지만 마을활동가마저 사라질 때도 있었다.
각자도생을 강제하는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벗어나 공생과 상생을 위한 마을공동체 활동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절실한 방편이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이것이 빛바랜 가치가 아니라 우리 삶에 스며들기 위해서 매년 마을지원사업에 응모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겠다 싶었다. 활동의 지속성은 자립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서도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등의 이야기는 가까이하기엔 먼 어려운 주제였고 경영과 기업이라는 말은 참 낯설었다. 마을사업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 또한 왠지 불순한 느낌이었다.
▶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기반 설계 교육 현장
이러한 고민이 뒤죽박죽일 때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 기반 설계’라는 강좌명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전 마을공동체 관련 강좌들 경험으로 비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에 대한 이해정도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비슷한 상황 같지만 조금씩 다른 고민에 빠진 마을활동가들에게 총 4강의 강의에 대한 소감은 모두 다를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경험으로 현실적 어려움 앞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유창복 교수의 강의에 위로받고 희망을 다시 그리신 분도 계셨을 테고 양현준 단장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 형태에 대한 이론적 정리에 만족하신 분도 계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의 구체화’가 주제였던 김재춘 소장의 강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을지원사업의 경험도 있고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했지만, 지속 가능한 마을 경제 모델을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까 질문은 질문 자체만으로도 벅찼다. 사업경험이 없는 내가 과연 도전할 수 있기나 할까? 그러나 상상과 말을 아닌 실제 도면 위 질문들에 부족한 답변이나마 하나하나 채우고 지우는 과정은 내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마을기업 모델의 가능성을 눈앞에서 펼치는 과정이었다. 한편으로 사람과 돈이라는 고민 앞에서 매번 포기했던 계획안에 자본이 필요한 일반적 기업경영공식을 벗어나니 ‘마을’과 함께 주민들의 ‘신뢰’라는 마을기업의 핵심적 자원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기업을 고민하면서도 감자를 구매해준 주민들의 귀한 마음을 너무 가벼이 생각하고 있었다.
김재춘 소장은 우리의 시도가 ‘안되는 사업을 안되는 사람들이 되게 하는 사업’이라고 웃픈 농담으로 시작하면서도 마을기업은 돈벌이 사업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고, 새로운 삶을 방식을 꿈꾸는 사람들이 만드는 사업이며, 신뢰를 엮어진 관계 위에서 시작되고 그것이 우리의 핵심자원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빈틈은 여전히 많고 이 사업을 ‘내’가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살리는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더디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은 한 결국 나는 마을기업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또 이렇게 운명처럼 이번 강좌를 만나 흔들리는 마음에 중심을 다시 세운다.
글_ 김경애 님(‘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경제기반 설계’ 교육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