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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띄우는 글] ‘꽃이 따로 없다’

2021-11-02

11월_ ‘꽃이 따로 없다

꽃이 따로 없다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에는 끝이 없다. 애초부터 신을 믿게 되는 이유가 인간이 도저히 설명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그 신비의 깊이에, 경이로움에 있기도 할 만큼.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묘한, 자연적 발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교한 질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에 펼쳐있다.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나라에 사는 것은 큰 고마움이다. 자연 순환의 스펙트럼을 모두 다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가을빛, 가을색이 호화롭다. 꽃이 따로 없다. 말라가는 나뭇잎이, 땅에 떨어진 낙엽이 다 꽃이다. 꽃이 따로 없는 계절에 우리의 가슴이 단풍색이 되어 탄다.

소나무가 솔방울을 많이 맺어 떨어뜨릴 때는 그 소나무가 생명을 다 해가 자신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푸르게 무성하던 잎들이 말라 떨어져 다시 거름이 되고, 씨가 열매를 맺어 더 많은 씨를 세상에 뿌리는 자연의 섭리를 시시각각 마주하게 되니 우리 삶의 한계를 예감한 열정에 가슴이 타는 걸까.

이때쯤 우리도 깨닫는다. 꽃이 따로 없음을. 각자의 다른 모습, 다른 삶, 다른 역할이 다 꽃이 되고 거름이 되어 감을.

뒤섞여 어울려 살아가면서 얻는 삶의 수확도 자연에서 거두는 수확처럼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무밭에서 자라는 무도 홀로 서있는 무보다 모여 서있는 무들이 추위에도 버티며 더 크게 자랄 수 있다는데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마을공동체가 갖는 힘과 위로, 성과와 가치에도 이런 자연의 이치가 다 내재해있다. 미리 짐작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이 있다.

11월은 용인 마을의 달, 마을공동체의 마을걷이를 하며 함께 노래해보자.

용인마을은 따뜻해, 좋은 사람이 정말 많거든.

함께 나누고 웃으며 먹고 놀고 배우고 돌보며

라라라 함께 걸어요, 꿈을 주고 받으며

라라라 함께 살아요, 서로 힘이 되니까.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