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과 연대] 마실공방 공동체
2021-06-03용인시 마을 공동체지원센터는 용인마을지 「연결과 연대」코너를 통해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의 연결과 관계망을 통해 건강하고 풍요로운 공동체 활동을 지속해가는 마을 공동체들을 탐방하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 ‘함께 행복한 마을 만들기’ 공동체 탐방에 이어 6월 용인마을지 「연결과 연대」에서는 처인구 백암면에 위치한 ‘마실공방’ 대표 지은경 님을 인터뷰했다.
용인마을지 8호 「연결과 연대」_ ‘마실공방’ 공동체를 소개합니다.
▲ 마실공방 지은경 대표(왼쪽 가운데)
Q. 안녕하세요! 용인마을지 구독자분들께 대표님과 공동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용인에서 나고 자란 마실공방 대표 지은경이라고 해요. 우리 ‘마실공방’은 마실을 품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마실’은 이웃에 놀러 다닌다는 뜻을 가진 말인데요. 예전에는 많이 썼는데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날 말처럼 되었습니다. 아파트 문화가 발달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시대적 흐름,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 방식의 변화 등이 전통적인 마을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는데요, 백암면 근곡리 전형적인 농총마을에 있는 ‘마실공방’은 여전히 이웃이 놀러 와 정을 나누는 ‘만남’이 활발한 곳 입니다.
Q. 마을에 이웃들이 놀러 와 정을 나누는 ‘마실공방’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A. ‘마실공방’은 처음에 저의 개인적인 취미 공간이자 작업 공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무를 지져 글을 새기고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몰두하면서 이곳은 제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이웃이 드나들면서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고, 마을 부녀회를 중심으로 서로 꾸준히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마을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Q. 용인시 마을 공동체지원센터는 지속 가능하고 특색 있는 마을 공동체 발굴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교류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 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꾸준히 활발하게 마을 활동을 이어온 마을 공동체 ‘마실’만의 특징이나 강점은 무엇일까요?
A.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이웃들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는 저 혼자입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언니나 아주머니로 부르는 이분들은 60대에서 80대로 모두 외지에서 시집와 이곳에 정착하신 분들이죠. 서로 흉허물 없이 의지하며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더욱이 연세가 들고 자식들이 출가해 외로운 처지여서 늘 함께 어울리고 단합이 잘됩니다. 마을 공동체 활동에 그만큼 열성적이라는 얘기죠. 어떤 이해관계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조직이 아니라 그야말로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자주 보며 정이 들어 함께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쌓인 마실 사람들의 ‘신뢰’가 자랑이고 강점입니다.
▲ 마실공방 마을행사 사진_ 1
Q. ‘마실공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진행한 마을 활동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A.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빵을 만드는 베이킹 수업과 전기와 나무를 사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우드버닝 수업이 인기 있었습니다. 또 현대 서각 수업을 했고, 원예심리치료와 캘리그래픽, 꽃꽂이는 물론 요리 프로그램도 호응도가 무척 높았습니다. 제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재능기부로 강사비 없이 재료를 더 많이 구입해 보다 알찬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대상이 되시는 분들을 잘 알다 보니 정말 유익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마을에서 오랫동안 함께 한 이웃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계시다 보니 어떤 재료로 어떤 활동을 해야 만족도가 높고 도움이 될지 사전 고민을 많이 하고 진행합니다. 마을을 위해 진심을 다하고 서로 소통하다보니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참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공동체들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는 공간인 만큼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느낀 보람이나 마을 활동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겠어요?
A. 시골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이 문을 닫아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소소하게 마을에서 이웃들을 만나 오신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모든 활동이 멈추어 버린 셈이지요. ‘마실공방’은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코로나로 인해 막힌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마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자 했습니다. 딱히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이곳이 일상의 삶을 이어가는 통로가 되도록 세심하게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마실공방’이 마을과 부녀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껴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두 하나씩 취미를 갖게 되면서 생활이 활기를 띠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고요. 기억에 남는 일로 꽃꽂이를 배울 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 마치 소녀처럼 즐거워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런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저 자신도 위로가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모이고 모여서 저와 공동체를 내적으로 더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 마실공방 마을행사 사진_ 2
Q. 마을과 부녀회가 연대하고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꾸준히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마실공방’을 응원하는 다른 마을 공동체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각각의 공동체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과 진행방식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주민들이 모이는 ‘마실공방’은 특히 어르신들이 다수 참여하는 만큼 이분들의 노년 생활에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수업과 프로그램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의중을 잘 파악하고 분위기를 슬기롭게 이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칫 고립되거나 그들만의 모임으로 소외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마을 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이웃들과 만날 수 있는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세대가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으면서 질적으로 좀 더 확장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Q.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시그니처 질문입니다. ‘마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마을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씨가 같은 친척끼리 모여 사는 마을을 집성촌이라고 하는데, 성씨는 다르지만 가족처럼 지내는 곳이 마을이니까요. 바로 우리 마을 공동체입니다. 먹을 것을 가지고 와 서로 나누고, 식사를 같이 할 때도 많습니다. 서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죠. 이제는 가족 이상의 가족이 되었고, 이런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게 바로 마을입니다.
▲ 마실공방 마을행사 사진_ 3
Q. 앞으로 ‘마실공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지금과 같은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가능하다면 구성원 개개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참여하는 맞춤형 수업을 해보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구성원들이 건강을 유지하며 보다 젊게 생활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다른 마을 공동체와 교류하고 연대하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 주세요.
A.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그리고 보다 많은 마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혜택을 받은 만큼 배움을 통해 얻은 것을 다른 곳에 나눔으로 베풀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마을 공동체를 통해 만든 제품을 다른 곳에 유통할 수 있는 연결 통로도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마을 공동체에 꾸준한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_ 김은혜(공동체지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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