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그립다’
2021-05-075월, 마을에 띄우는 글_ ‘그립다’
▲ 흐르는 서강(사진_ 연인선)
‘그립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행복한 사람이다.
언젠가 내 기억 속에 담긴 맛이나 모습, 느낌, 사람, 장소, 풍경, 경험 등 중에서 좋았던 것을 우리는 언젠가 다시 그리워한다.
더러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들 중에도 동경하는 그 무언가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채화 같은 봄 산하의 신록과 과분할 정도로 화려한 꽃 색깔들에 잠시 흠씬 흐뭇하거나 황홀하다가도 어딘가로 향하는 그리움이 구름처럼 가슴에 떠 흐른다.
무엇이 그리운 것일까.
▲ 사진/영상_ 연인선
대개는 지나간 시간 속에 있는 그 무엇, 지금은 없는 또는 잃어버린 그 무엇이 그리울 터이다.
아니면 원초적인 그 무엇, 아직 만나지 못한 궁극의 행복이나 초월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
그리움에는 대상이 있다. 달리 말하면 그리움은 관계 맺어짐에서 피어오르는 아우라 같은 것이다.
그립다고 느낄 때 우린 이미 그 아우라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셈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도 좋겠다.
꼭 같은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 아우라의 범주 안에서 새로운 그리움의 대상을 만나고 관계의 폭이나 깊이가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
답답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지금 내가 그리워하는 게 무엇인지 한번 답해보자.
‘그립다’라는 말은 애잔하면서도 아름답다. 마치 인생 그 자체처럼 채워지고 비워지고 다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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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길에 담은 사진/영상_ 연인선
지금 나는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활짝 웃는 얼굴들이 그립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마주할 수 있는 마을 안에 살아남은 자연이 그립다. 서로의 빈 마음을 채워줄 지지와 따뜻한 믿음이 그립다.
생각이든 뭐든 가리지 않는 나눔을 허락하는 가까운 존재들은 늘 그립다.
글과 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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