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맞이’
2021-03-31‘맞이’
▲사진/영상_ 연인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세상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렇게 세상의 존재가 된 우리는 세상을 만나고 익혀가며 인연과 사물과 자연의 변화를 맞이하며 살아간다.
삶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맞이의 연속이자 맞이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살다 보면 문득문득 삶의 온갖 수고에 대한 회의가 들며 공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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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일까.
열심히 살기는 하지만 목적과 그 목적의 대상들만 남고,
세상을 향한 순수한 맞이가 일어나지 않을 때 내가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공허해지는 것이 아닐까.
조금의 여유와 조금의 너그러움만 가져도 공허의 자리에 아지랑이 같은 기쁨이 스며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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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지천으로 피어날 꽃무리와 새싹들을 가슴 가득 맞이하며,
열심히 살고 싶고 또 사는 만큼 세상을 열린 품으로 맞이하면 나의 작은 가슴도 세상과의 차오르는 교감으로 벅차오를 수 있으리라.
그런 맞이의 자세로 사람도 세상도 내게 의미 있어지고, 사람도 세상도 사랑하게 되는 것 아닌지.
나무가 제 자리에서 세상을 안고 서 있듯이 우리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세상을 안을 수 있다. 그리고 나무처럼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일하는 곳에서 뿌리로 가지로 가까운 인연을 더듬어 만나는가 하면 꽃가루나 열매와 씨로 먼 곳까지 가닿기도 할 것이다.
올봄에는 내가 있는 곳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세상살이=마을살이, 세상사람=마을사람을 그 어느 때보다 한껏 품을 넓혀 맞이해보자.
이는 지칠수록, 지쳐 있을 때일수록 더욱더 필요한 삶의 몸짓 하나이겠다.
아무것을 의도하지 않고 그냥 맞이하는 순간 생명에 대한 사랑, 존재에 대한 사랑이 나도 모르게 가슴속으로 화하게 봄빛같이 피어오른다.
글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