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외침’
2021-11-3012월_ ‘외침’
외침
한 청년이 자신에게 되물으며 살았다는 ‘지금 여기에 너 있는가’라는 질문을 180도 돌리면 ‘나 지금 여기에 있다.’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그 소리를 가슴으로 따라서 외쳐본다.
‘나 지금 여기에 있다.‘
겨울, 잎 다 떨군 빈 가지 사이로 피어난 찬 공간에 팽팽한 공기를 깨뜨리며 울리는 외침.
“나 지금 여기에 있다.”
이렇게 당당하게 또는 이렇게 절박하게 내 존재의 의미를 외칠 수 있다면 정말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실의 공간은 냉혹할 수도 있고 나날의 시간마저도 긴장으로 아슬아슬할 수 있지만 그 긴장을 풀 수 있는, 냉혹함을 녹일 수 있는 힘은 결국 매순간 내 몸을 돌고 있는 따뜻한 피 같이 내 안에 내재된 열정,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루는 따뜻함의 보루에서 피어나지 않나 싶다.
약속 아닌 약속처럼 주어졌던 한 해의 시간이 썰물처럼 멀어져가는 때, 다시 또 일 년의 시간이 밀물처럼 약속처럼 밀려오기는 하겠지만 내게 가슴 한 가운데로 한번 외쳐보면 어떨까.
’나 지금 여기에 있다.‘
그 외침이 나와의, 그 누군가와의, 세상과의 진심어린 약속의 힘을 발휘하게 될 거라 믿는다. 왜냐하면 지금을 놓치고 버리면 나의 충만은 있을 수 없기에.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존재하고 싶고, 그렇게 살아왔고 또 살아가기 때문에.
곰곰이 되씹으며 이를 외치는 이들의 삶이 물처럼 흐르고 빛처럼 퍼져나가기를 빌어본다.
한 해 동안 마을에서 ’나 지금 여기 있다.‘를 삶으로 보여준 마을활동가들을 생각하고 감사드리며.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 다음 글
- [마을에 띄우는 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