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바람’
2022-01-032022년 1월_‘바람, 바람, 바람’
바람이 불어 지나가고 마는 것 같지만, 바람은 다시 불어온다. 공기의 흐름인 바람은 돈다. 돌고 돈다. 시간도 흘러 지나가버리는 것 같지만 다시 온다. 새해다. 호랑이해도 1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검은 호랑이해라니 왠지 없던 기운도 솟아날 듯하다. 내게는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우리 사회에는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바람의 핵심은 흐름이다. 흐름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돌아 흐르게 할지 반은 나의 대응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돛배를 떠올려보면 바람의 활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이해가 된다. 바람의 힘으로 가는 돛배라고 해서 바람 부는 방향대로 가는 게 아니다. 돛을 어떻게 올리고 내리고, 어느 방향으로 세우느냐에 따라 돛이 바람을 따르는 게 아니라 바람이 돛을 따른다.
2022년에 불어올 바람에 나의 돛, 우리의 돛을 어떻게 준비하고 쓸지 연구라도 해야 하나? 연구보다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내 삶에, 내가 사는 마을에 불 바람에 무뎌서 오거나 지나가는 바람에 아무렇게나 밀려가지 말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민감하게 느끼고 활용해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때로는 여유 있게 때로는 신나게 항해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원하는 바람이 있다.
이 두 번째의 바람은 기대요, 희망이자, 목표다. 나에게 서로에게 필요한 소중한 축복이다. 자식도 믿어줘야 잘 자란다고 하고, 적당한 기대와 축복을 주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바람을 마을에, 마을공동체에, 마을활동가들에게 흑호랑이 기운을 전하는 주술처럼 건네고 싶다. 바람이라는 단어에 또 하나 쓰임이 있다.
세 번째 바람은 덕분 또는 탓이라는 뜻이다. 그 사람을 알게 된 바람에 이렇게 좋은 걸 함께 하게 되었다, 또는 그 일을 하는 바람에 다른 걸 다 놓쳤다 라든지 할 때 쓰인다. 이 중에 긍정적인 의미의 바람이 마을활동가들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통해 널리 회자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마을활동가가 이런 일을 하는 바람에, 우리 마을에 이런 공동체가 있는 바람에 마을에서 사는 게 더 좋아졌다라고 하는 말들이 바람처럼 수시로 들려온다면 우리 모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새해 세 가지 바람, 바람, 바람이 모두 긍정의 기운으로, 긍정의 힘으로 우리 사이사이를 돌아 흐르기를 빈다.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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