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흐름’
2022-02-082022년 2월_‘흐름’
흐른다는 말처럼 자연스런 말이 또 있을까. 이유는 자연의 원리가 바로 흐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고, 기(에너지)가 흐르고, 물이 흐르고, 구름이 흐르고, 가락이 흐른다. 흐른다 함은 멈추어있지 않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이다. 움직임은 변화를 수반한다.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서, 우주의 에너지가 흐름으로 인해서 엄밀히 말하면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아무 것도 그 어느 순간도 같을 수 없다. 그런데도 변화를 부인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흐름 자체와 그 흐름 속에 있는 자신의 존재상황을 인식하지 못함에서 오는 착각이나 왜곡일 수 있다. 세상은 매순간 변하고 우리도 변한다. 변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하물며 진리도 늘 같은 모습이 아니다.
무엇이 어떻게 어디로 흐르는지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변화의 요소들과 방향을 눈치 채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이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 물이 고이면 썩고, 몸의 기가 막히면 병이 된다. 돈의 흐름도 막히면 사회문제가 되고 심지어는 피나 숨의 흐름이 막히면 죽음에 까지 이른다.
답답하고 갑갑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세상, 인생살이도 어찌 보면 단절과 고임과 막힘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우리는 어떤 흐름을 막고 저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곰곰이 살펴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머리를 때린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들 하는데 자식에 대한 자기 욕심이 앞선 사랑은 내리사랑이 되지 않고 흐르지 않아 자기에게 고인 자기애가 되어버리고 말 수도 있고, 부든 권력이든 넘치면 흘러야 하는데 많이 가진 이들이 넘치는 것을 자기 소유로만 가두다보면 언젠가 자신이 그 소유에 갇히는 상황이 오고, 대지가 품은 기운의 흐름을 막는 대도시의 무지막지한 시멘트 건축물과 아스팔트길의 편리함이 기후 위기를 자초하는 원인이 되고, 흘러야 맛이라는 정은 손쉬운 SNS의 단발성 위로에 묻혀가고 있는 건 아닌지.
흐름을 되살리는 일에 더 많이 애쓰고 몰두해야 생명이 생명다운 기운을 되찾고, 그토록 부르짖는 건강함을 얻고, 그토록 원하는 행복에 다가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위대하고 아름답다. 자연을 고스란히 닮은 생명들도 그러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자연스러움 위에 입히고, 가르고, 가두고 하는 행위들이 흘러야 할 것들을 흐르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본다.
마을에서 삶의 흐름이 트일 수 있다면 그건 실개천의 살아남 같은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저마다 아름다운 흐름을 위한 절실한 출발점에 서있다.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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