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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띄우는 글] ‘길’

2022-04-12

2022년 4월_‘길’

길은 끝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끌림이 있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그럴까? 보이지 않는 거기에 우리를 당기는 미지의 힘이 있어서 일수도 있다. 모를 일이다. 흔히 우리가 길의 끝이라 부르는 건 엄밀히 말하면 끝이 아니라 멈춤이다. 멈춤을 원하지 않아서 끌리는 지도. 혹 움직임이 생명의 본질이자 속성이어서 그럴지도.

길을 간다. 거리에서, 골목에서, 고속도로에서, 산에서, 들에서, 심지어는 물 위에서도, 하늘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 가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면서 길을 간다. 끝은 없다. 멈출 뿐이다. 더러는 멈춘 곳에서부터 다시 움직여 길을 내며 가기도 한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길이 난다. 자연적으로도 인위적으로도. 우리나라에는 지형적으로 유난히 산이 많아 굽이굽이 도는 길이 많다. 구불구불한 길은 다양한 풍경을 품어 우리의 감성이, 우리의 말이 그만큼 풍부한 것일 수도 있다. 짧은 샛길까지 포함해서 편리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길은 주로 직선이다. 목표점을 찍고 뭔가를 잘라낸 길들에서는 그만큼 잃는 것들이 생긴다.

우리가 잃는 것들은 무엇일까. 사람냄새 나는 골목길에 대한 막연한 향수뿐일까?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들은 골목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골목길의 생김새만 모르는 게 아니라, 차도나 고속도로에 익숙하듯, 어른들이 직선으로 길을 낸 소위 성공가도에만 익숙하지는 않은가. 또는 빠른 인터넷으로 통하는 샛길, 지름길들에만 익숙하여 생각할 여유나 상상할 시간, 인간관계마저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상실이 빚어내는 인간 본연의 그리움과 아픔들 때문에 직선 위에서 헤매며 치유를 필요로 하고 힐링을 찾는 건 아닐까.

우리 삶에 담기는 길들은 어떤 모습일까. 아름다울까? 단조로울까? 지루할까? 험할까?

길에 비유하자면, 단순한 거주지로서의 마을이 아니라 삶의 일부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로서의 마을은 지방도 같은 길, 목표를 향해 그냥 질주하는 길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에 눈이 가고 머무는 길,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여유롭고 훈훈한 길이다. 걷고 싶은 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속 펼쳐지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힘과 끌림이 있는 길이다. 사회의, 삶의 실핏줄 같은 길이다.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