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처음’
2023-01-042023년 1월_‘처음’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대지를 마주하면 누구나 마음이 설렌다. 흰 눈이 발하는 순수의 빛 때문일까, 혹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으며 경험하는 처음이라는 도전과 새로움의 흥분 때문일까.
새해가 마치 눈 덮인 대지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적어도 일 년이라는 시간을 내다보며 처음의 설렘을 안고, 안 해본 걸 해볼 생각, 달라지려는 생각, 나아지려는 생각을 하며 한 해라는 시간에 첫 발자국을 내딛고 새 길을 내어간다.
다행이다. 이렇게 새롭게 꿈꾸고 희망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어서. 사실 우리는 늘 그러고 싶어 하지 않는가. 처음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사실은 매 순간이 처음이다.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매 순간이 처음이라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고 살 뿐이다.
다행이다. 처음을 생각하며 설렐 수 있어서. 그만큼 순수하게 초심을 되돌릴 수 있어서. 바로 눈앞만 보지 않고 조금 멀리 볼 수 있어서.
순우리말로 지은 1월의 이름은 해오름달이다. 해가 오르며 빛이 퍼져 사방이 밝아지고 대기가 따뜻해진다. 내 마음에도 해가 오르고, 더러 울고 웃으며 어려움과 즐거움을 나누고 살아가는 삶의 동료들, 함께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터를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 풀 일 많은 우리 사회에도 해가 올라 ‘처음’의 좋은 기운이 퍼지기를 빌어본다.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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