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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띄우는 글] ‘넘어 ~’

2023-04-17

2023년 4월_‘넘어 ~’

넘어 ∼

인간의 위대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놀랍디 놀라운 과학기술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고 이용하며 살다가 문득 문득 내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믿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목소리가 전화선을 통해 전달되는 것도 놀라운데 이제는 무선시대가 되었고, 목소리뿐만 아니라 바다 너머에 있는 사람들과도 아무 때나 얼굴 보며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따로 돈 들이지 않고도 말이다. 그 많은 짐과 사람들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도 내게는 여전히 놀랍고,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별 같은 도시의 불빛도 하늘의 별만큼이나 놀랍고 아름답다. 그 이상으로 발달된 기술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끝없는 발견과 창조의 힘은 정말이지 위대하다. 그 위대함은 한계를 넘고자 하는 호기심과 욕망과 열정, 도전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한계를 지닌 존재이면서도 한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고 그로 인한 성취에 환호하기도 하는 게 인간의 특징이다.

평범한 우리의 삶에서도 늘 한계와의 부딪침이 있다. 내 몸의 한계에서부터 시작해서 시간의 한계, 능력의 한계, 우리가 갇혀있는 보이지 않는 제도와 규범의 한계 등등에 불편하고 불만족해 하고 불행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한계 내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안주하며 안락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기존의 이론과 관습들을 변화시킨 영국 경제학자의 대표자인 케인스가 남긴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갖고 있던 틀을 벗어나는 것이다.” 틀은 한계를 규정짓는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변화를 원하면,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면 그만큼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작은 행위들이 모여, 즉 한계를 넘는 작은 연습과 훈련들을 통해 차차 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넘어∼’가 보자. 가볍게 넘고, 넘어가고, 넘어오게 하고, 넘어다보고, 넘겨주고, 넘겨받고, 넘어 오르는 몸과 마음, 생각의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나의 한계도, 우리의 한계도, 사회의 한계도 다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니 ‘넘어∼’를 상상하며 움직여보자. 갑옷 같은 고정관념, 굴레 같은 선입견, 갇힌 울타리 같은 생활의 틀을 넘어 보자. 나 스스로 그은 습관적 영역의 금을 넘어 가까운 동네에서 만나고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세계를 넘나들어보자.

서둘러 지나가는 봄이 자연의 넘어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얼고 굳었던 겨울에서 언 기운, 굳은 기운이 녹고 풀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싹이 자라고 꽃을 피운다. 우리 삶도, 사회도 제발 좀 그러면 좋겠다.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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