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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을의 주인이다_ 담너머 마을학교

2021-05-07

내가 마을의 주인이다_ 담너머 마을학교 한정수 대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마을이라 한다.

마을은 주민이 있어야 하니 당연히 주민이 주인이고 소통은 기본이다.

그러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가 대세인 요즘 마을 개념은 퇴색되었다.

2017년 수지 노인, 장애인복지관에서 마을 만들기 강의가 10회기 일정으로 열렸다.

30여 명 수강생 중 대안학교 선생님 두 분이 가장 젊은 3, 40대고 나머지는 장애인 노인복지관에 오시는 어르신들인데 시각장애인도 함께하셨다.

끝나고 공부한 게 아까워 이웃이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고 돌보며 살아가는 마을을 꾸려보자 해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 세대 간 생각의 다름도 이해하고 격려하며 응원하는 과정을 목요일이면 이어 갔다.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점자부스 체험, 장애 앙케이트, 편의시설 알림, 저소득 이웃 반찬나눔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목요일 10시면 복지관에서 방 하나와 남, 여 복지사 두 분을 배정해 줘 계속할 수 있었는데 함께 했던 여성 복지사 두 분은 결혼하여 엄마가 되셨다.

▲사진_ 담너머 마을학교 행사 현장

2년 전…

우리 만남을 기록으로 남기자 하여 “담너머 마을학교 함께 북”을 만들기로 하고 초창기 멤버 5인과 동참할 분 10여 명이 모였고 복지관 소개로 프로 작가님을 모시고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글쓰기가 처음이라 주제도 없이 무조건 일정량을 쓰면 작가 선생님의 첨삭 지도를 받는 일이 계속되었는데 일주일에 한 편씩 글 쓴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처음 알았다.

우리는 각자 한 편씩이지만 작가 선생님께선 무슨 사명감 없이는 하기 쉽지 않은 일을 묵묵히 해 주셨다.

지난해 점차 지쳐갈 즈음 용인시에 씨앗기 사업을 신청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선정되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작가 선생님께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할 수 있어 큰 힘이 되었고 회원들에게도 우리 책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 심기일전 글쓰길 계속했다.

O.K 싸인이 난 글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뭐가 되어가는 듯 눈에 띄는 뿌듯한 성과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쩐의 전쟁이었다.

책으로 만들기 위해 백방 다녀 봤지만, 그 금액으로는 만들 수가 없어 작가들이 책을 권당 만 원씩에 사기로 해 기본 2권 배정하고 서로 더 많이 사도록 해 많게는 10여 권도 맡아 주셨다. 수채화 그리시는 회원께서 무상으로 그림도 주셨고, 틈틈이 찍은 우리 사진과 작가님의 격려사, 회원들의 숨겨졌던 재능을 총동원했지만 무슨 소소한 일이 그리도 많은지 탈고하기까지 땀으로 얼룩진 하루하루 숨 쉴 틈 없었다.

마을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 “담너머 함께 북”

▲사진_ 마을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 「담너머 함께 북」

드디어 책이 나왔다.

마을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 “담너머 함께 북”


돌담 사이 틈새에 노오란 새 생명이 꽃 피우는 사진으로 표지를 만들었더니 그럴듯했다.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 마실카페,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 느티나무 도서관 등 함께한 기관의 덕을 톡톡히 본 결실이었다.

결실을 나누는 자리에서 수지복지관 관장님께서 다음엔 전폭 지원해주시기로 약속까지 해 주셔서 큰 기대도 하게 되었다.

마을의 주인으로서 소통의 수단으로 선택한 “담너머 함께 북”은 주인공인 작가님들의 아쉬움이 무엇인가 배운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올해도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성장기 사업으로 “담너머 함께 북 2” 지원을 받는다.

목표는 마을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화전이다.

좀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가 주어져 풍성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레이 킴 작가님의 사진 구도와 시와 사진, 그림이 함께하는 시화에 대해 강의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2강을 마쳤고 등단 시인을 모셔 시를 공부해 올해는 아쉬움을 줄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년은 2년 공부한 글쓰기를 바탕으로 정식 “작가 탄생 프로젝트 1기”를 운영해 개인작품을 한 권씩 책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고 이 일은 매해 이어가 용인시 하면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의 도시 “작가 탄생 프로젝트”를 연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사진_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책을 만들기 위한 소통의 현장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분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란 말이 있다.

노인이라는 도서관의 성숙한 경험은 사회의 자산이자 우리의 스승이다.

흔히들 내가 살아온 걸 글로 쓰면 책 서너 권은 될 거야 하신다.

그걸 쓰시게 하면 된다.

중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에 금수저는 언감생심 흙수저도 잡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아이 키우며 집 장만에 정신없이 살다 보니 껍데기는 그럴듯하지만 남모를 어디 한 군데 아프지 않은 곳 없어도 보람 있는 오늘까지 이야기가 줄줄이 사탕인 걸 드러내어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책을 만들기 위한 선생님 물색과 자금 확보 방안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이제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고맙습니다.

모쪼록

담너머 마을학교가 퇴색된 마을 개념을 공동체의 기본으로 살리고 함께 소통으로 이끌어 가는 모임으로 한 발 더 발전하길 기원해 본다.

글_ 담너머 마을학교 대표 한정수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