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원조사 1조
2022-09-02처음 농촌마을 조사를 시작한 곳은 용인시의 제일 끝자락 농촌마을, 백봉리 마을이었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의 태양 아래 습한 공기와 뒤 섞여 코를 찌르는 냄새의 돼지 돈사가 몰려 있는 곳이었다. 우연히 길을 지나가시는 할머니를 만나 마을의 오래된 집으로 안내받았고, 그곳에서 마을의 역사와 현재의 힘든 점들을 들으며 마을 조사를 시작했다. 여전히 농촌의 정서와 인심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의 살아 있는 역사를 듣는 것은 정말 귀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맹리에서는 개발과 현실의 문제들이 이곳저곳 부딪혀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마음이 무겁기도 했고, 식금리의 깊숙한 산세와 개발이 부딪혀 있는 현장을 보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광경이었다.
아곡리 젊은 이장님의 고충 또한 잊는 아픔이고 아우성처럼 들려왔기에, 마음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았다. 시사 뉴스에서나 보던 도시와 농촌의 현실 문제가 이곳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원주민들이 받고 있었다.
신원리 이원석 선생님(경신공주의 집안 자손)을 만나게 된 것은 귀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이원석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한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인터뷰 중 귀한 역사 문화 자료를 직접 볼 수 있었기에, 그런 자료들에 대한 관리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포곡읍 능원리의 자료 조사 과정 중에는 젊은 이장님들께서 마을 발전에 진취적으로 임하시는 자세를 보며 감사와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각 마을에 자신들의 뿌리와 역사를 귀하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계신 문화역사적 인적자원들이 한두 분씩 꼭 계시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었다. 그분들의 연로함을 생각해 봤을 때, 이번 조사 과정은 그 귀한 문화, 역사적 인적자원들을 놓치지 않고 발굴하는 좋은 기회였다.
마을의 조사를 하는 동안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은 개발과 현실의 문제이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문화재와 역사자료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자료를 후손들에게 잘 남겨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마을의 개발과 역사 문화자료를 고루 보존할 방향이 필요하다.
이것은 개별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장님 개인의 능력에 달린 것도 아니며, 용인시와 작은 마을 각 동네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마을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관심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 또한 농촌의 현실을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는 도시 주민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글_손혜영
센터에서의 오리엔테이션 종료 후 농촌 마을 자원 조사원 목걸이를 걸고 백암면 백봉리 임종원 할아버님 댁을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6월 16일, 청명한 하늘과 한옥 처마 끝에서 부는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며 도착한 임종원 할아버지 댁. 들어서자마자 부뚜막에서 팔팔 끓고 있는 고소한 곰탕 냄새, 따뜻한 인심과 구수한 대화 속에 느껴지는 밝은 에너지가 조사원으로서 호기롭게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 터전의 농촌마을 자원 조사원으로서 마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내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신도시와 상생하는 좀 더 나은 농촌마을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열심히 조사에 임했고, 덕분에 용인이라는 도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마을과 문화재청과와의 소통이 아쉽다고 느끼며, 문화재 지정으로 받는 주민들의 손해를 헤아려주길 바라고 있었다. 서로 많은 소통을 이루었다면 더 멋진 마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신도시 고층 아파트로 인한 불편한 상황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기존에 농사를 지으시던 원주민들의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노력하면, 역사와 전통을 최대한 살리면서 변해가는 것과 남겨진 것들이 서로 화합하고 어우러져 농촌 마을도 도시 마을도 모두 조화로운 용인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르신들은 조사원이 무언가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설렘으로 마을의 문제와 과거의 기록들을 순순히 꺼내어주셨다. 조사원으로의 한계를 말씀드릴 때, 그 죄송함이 참 씁쓸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그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덧붙여 자원 조사를 통해 모아진 데이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농촌마을 대해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많은 관심을 주기를 바란다.
용인으로 이사 온 지 만 5년이 되어가지만, 실제로 용인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다. 이번 마을 조사를 통해 용인의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고, 농촌마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달았다.
어릴 적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던 오산리, 자원이 풍부한 능원리, 마을을 사랑하는 식금리, 애국정신이 투철한 아곡리 등등 따듯하게 맞아주셨던 마을 분들과 열정적인 이장님들이 떠오른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그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항상 아낌없는 지원과 협조를 해주신 김은화 선생님과 김호궁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글_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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