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교류
> 소통과 교류 > 교류마당
대화마당
2021년 6월 첫 번째 Zoom 마을 Zoom in 용인
2021-06-16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온라인 화상 비대면 대화의 장
2021년 6월 Zoom 마을 Zoom in 용인 : 마을 미디어, 마을 기록, 마을이야기
6월 9일 첫 만남 내용입니다.
일시: 2021년 6월 9일 수요일 2시 ~ 3시 30분
참석자: 총 6명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최진선 (느티나무도서관)
장은영 (지구별작은도서관)
오유경 (머내여지도)
김태희 (동천마을네트워크)
김은혜 (용인시 공동체지원활동가)
<이야기 나눔>
연) 안녕하세요. 이제 6월 ‘Zoom 마을 Zoom in 용인’ 마을 미디어, 마을 기록, 마을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의 자리를 시작할 텐데요. 6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 2시부터 3시 반까지 4차례 진행됩니다. 센터에서 주관하는 ‘Zoom 마을 Zoom in 용인’은 6월을 마지막으로 하고요. 이후에는 이 자리를 센터가 주관하지 않고 대화의 장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센터는 작년 9월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주제로 얘기를 이어왔는데요. Zoom 대화를 통해서 이후에 크고 작은 활동이나 모임, 네트워크 등이 다양하게 연결이 되어서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월 주제는 「마을 미디어, 마을 기록, 마을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정한 이 주제는 사실은 종합적인 의미를 지닌 주제라고 생각을 해서 선정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자리에 많은 분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고 함께 나누는 얘기와 여기서 촉발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각자 소개를 해 주시고 마을 미디어와 기록, 그리고 마을이야기와 관련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계신지 얘기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 저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기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하고 또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실제로 마을에서 기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금 현 상황이 어떤지 그걸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관련해서 정보교환이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
장) 저는 지구별작은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저희 공동체 대표님이 기록과 관련해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다고 권유해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을 보고 제가 얘기할 수 있는 선에서 마을 기록에 대해서 경험한 일들,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 저는 수지구 동천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머내여지도 대표이기도 합니다. 머내여지도는 마을의 역사와 지리를 연구하는 모임이라서 역사를 발굴하던 중에 저희가 3.1.운동, 저희 동네에서는 3.29.만세운동 재현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기흥구와 처인구도 같은 작업을 지금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처럼 연구자가 아닌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김은) 반갑습니다. 저는 용인에서 공동체 지원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 신문사 리포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고요. 지금은 센터에서 매달 뉴스레터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마을지를 만들다 보니 인터뷰도 하고 취재도 하고 편집도 하면서 미디어와 기록이 저의 일이기도 해서 함께 나눌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태) 저는 동천동 주민입니다. 이우학교와 인연이 되어 동천마을네트워크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있어요. 마을 신문 만들기가 그중 하나였네요. 그래서 이 자리에 있고요. 늘 그렇듯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연) 김태희님은 사정상 채팅으로 회의에 참여 중이신데요. 동천마을네트워크에서 마을 신문, 웹진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같이 참여하셔서 좋은 글도 많이 써주시고 지금 이우학교 지역연대위에서 마을블로그를 만들어서 마을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함께해 주시고 계십니다.
장) 저희는 작년에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시민’이라는 의미로 환경관련 사업을 했는데요.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마을지’를 만들기로 신청해서 하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 곤충들에 대해 알아보고 다양한 하천 생태도 정리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용인 경안천을 따라 ‘우리마을 하천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어요.
연) 올해 계획하시는 것도 소개해 주세요.
장) 일단 저희 사업은 생태 쪽이에요. 생태를 주제로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하고자 하는데요. 올해는 하천 생태 쪽 특히 ‘새’로 특징을 잡아서 마을 활동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가 등산로와 산책로를 다니면서 느끼는데 용인에 새가 참 많더라고요. 혹시 하천 근처를 산책하시면서 보신 새가 있으세요? 하얀 새가 많이 보일 거예요. 올해는 가마우지와 해오라기 등 새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우리가 하천과 생태를 보전하면 ‘이런 새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 중심으로 하천을 관리하다 보니까 친환경적으로 생겨난 생태 환경이 관리가 안 돼요. 공원 관리과 쪽에서는 그냥 벌초 식으로 싹싹 다 베어버리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유해하지 않은 곤충이나 식물 같은 것도 같이 없어지게 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유해한 곤충들이나 해충들이 많아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가 환경을 알고 생태를 더 자세히 알자.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눈에 보이게 되면 바꾸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포함해서 하천의 생태계, 산책로와 생태계 이런 식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연) 지구별도서관은 마을 하천을 관찰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는 ‘새’ 이야기까지 마을지에 담을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네요. 작년에 생긴 마을지로는 신갈오거리 매거진 ‘갈래’와 마북동, 동백동의 ‘구성을 구성하다’ 마을지가 있는데 김은혜 님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죠.
김은) 사실 제가 요즘에 정말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있는 책이 지구별도서관에서 만든 ‘우리마을 하천이야기’입니다. 다양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해서 우리 마을 근처에 있는 식물과 곤충 이야기를 담아서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요. 작년에 발간된 신갈오거리 매거진 ‘갈래’와 구성을 구성하다 공동체의 ‘마을소식지’를 보면 마을 사람들이 마을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우리 마을 하천이야기처럼 읽을 거리가 많고 아카이빙 할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그런 마을지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 최진선 선생님. 지역 아카이빙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어떤 의미에서 지역 아카이빙이 필요하고 아카이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얘기 잠깐 해주실 수 있으세요?
최) 지금 그냥 이 동천지역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나 그런 거에 연관해서 말씀드리자면요. 느티나무 도서관이 벌써 20년이 되면서 사실은 지역의 움직임과동떨어질 수 없는 그 역사로 같이 가더라고요. 동천동은 진짜 허허벌판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아파트가 진짜 빼곡히 다 차있는 그런 지역이잖아요. 그래서 이 수지 지역의 변천사가 느티나무의 역사 속에 기록 속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거를 잘 엮을 수 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역 아카이빙이라는 것이, 기록이라는 게 지금까지는 공공기록에 중점이 맞춰졌고 법률 또한 거기에 맞춰져 있다가 지역 아카이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2013~14년 그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역아카이빙이 약간 붐처럼 일어나면서 지역 활동가도 양성되는 쪽으로 가고 있고 이제 조금씩 전문화되면서 지역 활동가로 시작해서 결국은 진짜 기록활동가가 되는 그런 경우들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 아카이빙은 커뮤니티라는 개념과 로컬 커뮤니티 아카이빙이라는 두 가지로 나눠진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아카이빙 하면 로컬 커뮤니티 아카이빙에 해당합니다. 외국의 경우 아카이빙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그 근방에 있는 학교에서 지역에 대한 활동들이 모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카이빙을 위한 자원으로 사실은 기록 활동가도 필요하고 활동가에게 지급되는 돈도 물론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기록을 모아둘 장소가 필요한데 그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줄 만한 곳이 사실은 그렇게 많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도 실질적으로 여기저기서 아카이빙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게 계속 가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장소 문제가 되게 크거든요. 사실은 온라인상의 자료나 오프라인상의 자료 모두 공간이 계속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공간이 주어지고 그걸 관리할 사람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되는데 그러자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사실 지역의 기록이라고 하면서 지금은 기록을 발굴하고 또 만들어내는 ‘기록물 만들기 대회’ 같은 걸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이미 있는 기록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고 있고,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지금 지역 공동체 아카이브라는 것이 조금씩 스며들어가는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느티나무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장님이 가지고 있던 자료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카이빙 워크숍을 계기로 해서 아카이브를 구축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게 인력과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다 관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저는 이걸 엮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맥락을 보여주는 그런 역할 정도를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연) 아카이빙하면 사실은 너무 범위가 넓어서 감히 엄두가 안 나고 겁부터 나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마을에서 그렇게 큰 범주로 뭔가를 시작하거나 하기는 힘들 것 같고 유지 관리도 사실은 어렵고 해서 일단 마을 단위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을 미디어 하면 사실 여러 매체가 거기에 포함되잖아요. 유튜브며 블로그나 페이스북, 웹사이트,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영상과 매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대중 매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사실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지역이나 마을 미디어는 새로운 대안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을 미디어의 역할이나 재미 같은 것도 새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 달 줌마을줌 웹자보 만들면서 거기에 다양한 마을 이야기가 품는 사회적·문화적인 힘은 과연 어떤 걸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마을 미디어가 새로운 창문을 내서 새로운 걸 보게 하고, 새로운 길을 내고 함께 모일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살짝 꿔보기도 합니다. 다양한 마을 미디어가 있을 텐데 혹시 경험하신 것 중에 이것이 참 인상적이었다는 사례를 혹시 소개해 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최) 저 같은 경우는 자료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오면 그걸 등록하는 작업부터 하기 때문에 자료를 한 번씩은 살피게 되거든요. 그러면 지역에서 나온 소식지 같은 거를 보게 돼요. 기업이나 단체에서 나온 소식지 같은 것도 보게 되는데 최근에 가장 눈에 띄게 보이는 건 수원지역에서 나오는 ‘사이다’ 지역 잡지, 그리고 아까 잠깐 시작하기 전에 말씀하셨던 ‘디어 교하’가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미디어입니다.
연) 제가 지금 읽고 있는 ‘마을잡지, 마을을 기록하다’는 디어교하 마을기자편이고요, 경기 아카이브 총서 1, 2편이 있는데 지역 기록자를 위한 아카이빙 길잡이 관리편이 1편이고, 2편은 지역 기록자를 위한 아카이빙 길잡이, 수집편입니다.
최) 묶음 집으로 나온 것 같네요. 다달이 약간 개간지나 다달이 나오거나 되게 얇게 나왔던 책이 있었는데요.
연) 이거는 이제 디어 교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최)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아까 소개해 주신 경기 아카이빙 총서 관련해서는 저희 도서관에 아카이브 자료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대출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연) 김태희님이 형편상 말씀을 못하셔서 제가 대신 얘기를 하면 지구별작은도서관이 생태환경 위주의 마을지를 만들었다면 동천마을네트워크에서 만들었던 웹진 ‘톡톡’은 단체와 사람 위주로 만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천동에서는 사실 동천마을네트워크를 맨 처음에 시작했을 때 ‘사람이 우주다’라는 제목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해서 마을사람들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담아가며 40회를 진행을 했어요.
그렇게 다양한 마을 사람들을 지면과 팟캐스트로 소개했던 예가 있고, 머내여지도는 역사 지리를 위주로 해서 마을의 과거 역사기록을 발굴했죠. 기록이라는 게 사실 우리의 기억이 되는 거고 그 기억이 역사가 되는 거고 이런 과정에서 과거의 역사, 현재 역사, 앞으로 일어날 역사까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면서 축적되는데, 그게 실은 기록을 통해서 가능한 거죠.
그런데 너무 어려워지면 안 되고 우리가 마을에서 재미있고 소소하게 시작해서 한 건데 머내여지도 작업도 굉장히 엄청난 일이 된 거잖아요. 그래서 다른 경우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마을에서 하는 일들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특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디어 교하 작업도 ‘모든 마을 주민은 마을 기자다’라는 모토로 했다고 해요. 청소년도 자기의 관점에서 마을을 보고 뭔가를 기록할 수 있고, 나의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면에서 마을 기록, 마을 미디어가 의미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디어 교하 기자단을 소개하면서 디어 교하는 어떤 비전이나 취지를 가지고 잡지를 만들었는지를 이런 식으로 정리를 했더라고요.
“<디어 교하>는 동네에서 의미 있는 공간을 찾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디어 교하>는 일상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글을 싣습니다.
<디어 교하>는 책 읽는 이가 많은 동네가 되길 바랍니다.
<디어 교하>는 내가 사는 곳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동네 담론을 생각합니다.
<디어 교하>는 마을 주민이 주제가 되는 공동체 아카이빙을 지향합니다.
<디어 교하>는 동네 사람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글을 싣다 보면 이 사람 저 사람들이 같은 글을 읽게 되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모으다 보면 이게 담론이 될 수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자기네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사람을 모아가고 이야기를 모아가고 기록해 갑니다. 이렇게 특색 있는 마을 잡지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진다면 이게 얼마나 큰 지역의 자산이 되고 힘이 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 마을 미디어라고 할 때 혹시 어느 범위까지 생각하셨던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디어로 사실은 유튜브나 이런 것도 동천마을네트워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 있는 거잖아요.
연) 아직 본격적으로는 안 하고 있죠.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서 유튜브로도 이런 기록을 중구난방식이 아니라 확실한 어떤 콘셉트가 있어서 그 콘셉트로 계속 지속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머내여지도팀에서도 한 일이긴 한데 디어 교하 이쪽에서도 구술 기록 작업을 했더라구요. 공공기관에 마을에 대한 정보나 기록 같은 것도 많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찾아서 전달하는 거 하고, 살아있는 사람이 겪고 경험하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이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또 굉장히 달라서 구술의 힘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구술의 또 하나의 좋은 점은 기록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말을 하시는 분들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그 점이 그분들한테도 좋고 주변의 사람들을 깨우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오유경님 이쪽 경험이 많으시죠.
오) 오랫동안 지역에서 사시고 계신 분들이 살아있는 역사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은 나의 이야기가 주목이 될 수 있는 것에 되게 놀라워하시더라고요. 그냥 내가 그냥 살아온 일상적인 건데 뭔가 기록이 될 만한 일이라는 것 자체를 되게 놀라워하셨어요. 그런데 받아서 기록하는 입장에서는 그 내용들이 엄청난 거예요. 지금 고속도로가 된 곳 앞에 살고 계시는 슈퍼 아주머니 인터뷰를 했는데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과 생기고 나서, 그리고 현재, 그 사이의 과정을 이야기하시는데 그거는 그냥 정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닌 거예요.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고속도로 건너편 구미동에 사는 사람들이 다 이 슈퍼에 와서 물건을 샀다는 그런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도 안 되는 부분이잖아요. 지금은 고속도로로 완전 끊어져서 우리 동네는 반대편 동네와는 완전 단절되었는데 전에는 같은 생활권이었다는 이런 부분부터 시작해서 살아왔던 경험이 그냥 이야기가 되어서, 그것을 듣고 기록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력을 발동하면 영화를 보고 그때로 들어간 것처럼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좀 색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구술이라는 점이 일반 기록과는 진짜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연) 사실 요즘 노년층의 문제가 큰 사회문제이기는 한데, 그분들의 살아있는 역사를 놓치는 부분도 굉장히 많고 그분들의 소중함이나 그분들의 기억에 무심한 건 물론이고, 사실 우리 부모님들의 기억도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을 하면 많이 모른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는 부모님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그래도 일제시대 얘기부터 한국전쟁 때 얘기도 파편적으로 듣고 그랬지만,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 역사를 배우면서 그런 걸 이야기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기억의 단절이 사실은 굉장히 클 수 있어서 나이 드신 분들을 대상으로 한 구술 기록도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미디어의 필요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마을 미디어가 신문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나 잡지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형태가 될 수 있는데 마을 미디어는 이런 이유 때문에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한마디씩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은) 우선 마을 미디어 기록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한가 생각을 했을 때, 뭔가 사회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조금 공론화하기도 하고 해결 방안도 제시하고 또 아무래도 방향성도 제고하게 하는 이런 과정으로써 필요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 저는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라는 부분, 변화를 위해 다양한 마을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신갈오거리 매거진 ‘갈래’를 봐도 마을 지도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생각을 모으면서 공유 부엌이라든지 아니면 키즈 베이킹 같은 많은 것들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나 미디어가 사람들의 생각을 응집하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연) 내가 개인적으로 갖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수도 있고. 문제에 대한 어떤 응집력, 힘을 모을 수도 있고 과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 변화할 것에 대한 어떤 준비나 대비 이런 점에서도 집단 지성을 이용한 뭔가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마을 기록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네요.
김태) 파편화되거나 일상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것이 동네 담론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출발일 거고요. 각자 개인들이 갖고 있는 다양성, 확장성을 담아낼 수 있어 무궁무진하고요.
연) 일상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줄 수 있고, 지금 사실 우리나라 시민들의 수준과 역량이 대단한데 이런 개인의 역량을 발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네요. 굉장히 중요한 얘기인 것 같아요. 본인도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냥 놓치며 사는 경우가 많은데요. 내가 뭔가 작은 힘을 보태다가 나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경우도 참 많죠. 아까 지구별작은도서관 장은영님께서 생태 얘기하니까 막 힘이 나서 얘기를 하셨는데 그처럼 자기의 영역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장) 어떤 것들을 책자나 미디어 같은 소식지를 통해서 알게 되면 한번쯤 경각심은 가질 것 같아요. 나도 모르는데 이런 게 있었구나 이게 뭐지? 그러다가 물어볼 때를 찾다 보면 그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고 그러면서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거잖아요. 그럼 어떤 의견을 내거나 아니면 방법들을 찾을 수 있는 것도 같아서 작은 소식지 하나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 같긴 해요.
연) 경각심 같은 것도 일깨울 수 있고 특히 환경에 대해서는 많이 그렇죠. 그리고 김태희님 말씀하신 것을 조금 더 정리하면 개인의 역량을 발굴하고 발휘하는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이런 것을 혼자 하지 않고 함께 하면서 공동체성이 만들어지는데, 만들어 가는 사람들한테서도 공동체성이 생기지만 만들어진 것을 그냥 향유하는 사람한테도 사실 공동체성이 저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엄청난 거죠. 정체성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지는 거고요.
최) ‘나의 이런 일상적인 아무것도 아닌 게 기록으로 남을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듯이 사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록에 대한 위화감이 있지요. 뭔가 되게 중요한 것만 남아야 된다는 그런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생각, 또는 미디어에는 내가 나오는 게 아니라 나는 타자로서 바라만보고 있고 누군가 다른 중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암암리에 있지요. 사실은 이런 활동을 함으로써 주도적이고 주체적이 되면서 자기 삶을 조금 더 생기 있게 하는. 나의 삶을 살아 있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해줄 것 같아요.
연) 굉장히 중요한 얘기해 주신 것 같아요.
보통 일반 미디어를 생각하면 정말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남들 얘기만 읽어야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을 경험하고 그러면서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마을 미디어는 만들어 낼 수 있다.
오) 요즘 현대 사람들한테는 고향이라는 게 게 별로 없잖아요. 계속 떠도는 생활, 어떻게 보면 얼마나 조금 길게 떠도느냐이지 계속 한곳에 정착해 있지는 않잖아요. 그로인한 허전함과 기억도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허전함이 있을 텐데 이런 마을 미디어를 통해서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곳의 가치를 느끼고 ‘아,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꽤 괜찮은 곳이구나’라는 어떤 마음의 안도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대인들의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연) 우리가 이렇게 파편화돼서 사는 이유나 정주성을 얘기하기 힘든 이유가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기도 해서, 지역을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생각도 없는데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을 미디어를 통해서 지역을 알아가고 발견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되면, ‘정말 내가 괜찮은 곳에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진짜로 갖게 해준다고 해요.
디어 교하 기자단들의 고백이기도 하고, 수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사이다’에도 그런 얘기가 나올 것 같아요. 디어 교하의 기자분들이 쓴 얘기 중에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이 가게에 관한 이야기가 잡지에 실리거나 실렸다고 하면 인터뷰할 때부터 화폐 형태로 대가를 주고받는 것으로 가게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가게가 된다는 거죠. 그리고 마을이 그냥 지나치면서 그저 내 볼일만 보고 챙기는 그런 곳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빛을 섞는 곳’이 된다고 해요. 이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잠깐 귀와 마음이 열려 있는 곳이 가게도 그렇게 될 수 있고 책방도 그렇게 될 수 있겠죠. 느티나무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참 많이 해 주시는데요. 도서관에도 그냥 가서 책만 빌려 가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얘기를 들어주고 눈을 마주치고 뭐라도 하나 필요한 것을 들어주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런 곳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마을 미디어의 본질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참 좋다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이런 부분이 마을 미디어의 필요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김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빛을 섞는 곳’이란 말이 굉장히 재미있고 좀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장이기도 했는데요. 그게 생각났어요. 마을 미디어에서 빠질 수 없는 게 SNS인데, 자판에서 SNS를 치면 ‘눈’이 되잖아요. 그래서 마을 구석구석에 어떤 시선이나 눈빛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매달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취재하다 보면 많은 인터뷰를 하는데 그걸 전부 기록물로 담거나 아니면 아카이빙 하지는 못해요. 버리는 것도 많아요. 그렇지만 그 과정 안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는 자체가 마을 안에 시선을 주고 따뜻한 눈빛을 서로 주고받는 과정인 것 같아서 저는 마을 미디어가 이렇게 마을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 관계가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 마을 미디어는 다른 어느 미디어보다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정말 많다. 과정이 중요하고 과정이 어떻게 보면 다는 아니겠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는 놓칠 수 없는 얘기를 해 주셨네요.
마을 미디어의 필요는 지금 나왔던 얘기들을 연결하면 그 필요는 더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누가 이 일을 맡아서 하느냐가 숙제인데 어떻게 하죠?(웃음)
사실 이런 게 좋다는 거는 알고는 있지만, 마을 잡지, 마을 신문을 만들고는 싶지만 이게 안 되고 있는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누가 할 거냐? 보통은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죠.
정말 필요해서 가치가 있어서 의지가 있어서 하겠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거고. 거기에 엮여서 좀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할 수도 있는 거고 그 다음에 부탁을 받아서 아주 지속적으로는 못해도 할 수 있을 때 조금씩 도와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한데, 마을 미디어가 조금 지속적으로 뭔가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요? 그 사람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얘기를 잠깐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오) 제가 좋아하는 ‘스트리트 에이치’라고 혹시 아세요? 지도가 뒷면에 나오고 앞에는 인포그래픽이 항상 나오는데요. 이거를 만드신 장성환님을 예전에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었어요. 이분은 디자이너인데 마포구에서 이런 거를 하려고 마포구의 지원을 받아서 시작했다가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아서 지원을 다 끊고 차라리 이렇게 하느니 내가 내 돈 벌어서 하겠다 해서 디자인 회사로 벌어서 이런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이런 걸 지속하려면 정말 사명감이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분은 그 과정에서 인포그래픽을 계속 내면서 그걸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되었고 이렇게 확장되고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데 그분은 여전히 즐거워하더라고요. 이게 언제 망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 3년 전에도 계속했는데 계속 지속되어 간다는 게 사명감 없이는 안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연) 그렇게 한 명의 뜻있는 사람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 한 명으로는 할 수 없는 거고 이 사람과 함께할 사람이 있어야 되는 거죠. 지지해 주고 ‘아, 내가 이만큼이라도 그래도 힘은 보탤 수 있다, 이거 같이 하니까 좀 재밌네.’ 이런 사람들이 적어도 세 사람만 되면 유지가 가능하다. 교하, 이쪽도 사실은 약간 편집 쪽에 조금 아는 게 있는 사람. 그 다음에 디자이너 이런 사람이 처음에 같이 하기는 했다고 해요. 근데 마을에서 하나 좋은 거는 여기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마을에는 우리가 재능기부를 너무 요구하면 안 되지만 사실은 소소한 이런 재능 기부들이 없으면 마을 미디어는 실질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거고요. 이게 팀이 됐을 때, 정말 의지를 갖고 계속하는 사람들이나 디오 교하 이 팀에서도 나중에는 이런 마을 미디어 마을 잡지 컨설팅을 해주는 이런 일도 생겼다고 해요. 아직은 지원을 조금 받기도 하고 그다음에 동네에서 이 잡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부도 좀 받고요. 그리고 좀 특이한 점 하나는 잡지가 나왔을 때 그냥 어디 한 군데나 동네 곳곳에, 도서관에 부분적으로는 놔두기도 하는데 직접 갖다 주기도 하고 아니면 길에서도 사람들에게 직접 나누어 준다고 해요. 거기에 또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주면서 얘기를 걸면 전에 이 잡지를 받았던 사람의 의견도 들을 수 있고 또 일종의 홍보도 되기 때문에 자기네는 잡지를 직접 나눠주는 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누가 할 것이냐. 마을 미디어는 뜻 있는 사람 몇몇과 기술적인 면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이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약간의 비용 이런 것들이 필요하고요. 인터뷰나 이런 지역 자원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도 필요한 거죠. 어디에 뭐가 있으니 그거 한번 찾아보면 좋겠다. 그분 가서 인터뷰 해보면 좋겠다. 이런 자원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한 거고 그다음에 제일 좋은 거는 다양한 세대가 다 조금씩 역할을 하면 좋겠다. 그게 진정한 마을 미디어의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구별 도서관은 어떤 식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아니면 함께하고 계세요?
장) 저희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새로 오사는 분들도 있고요. 근데 모든 분들이 아직까지 마을이나 마을일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생각을 확장시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 명씩 다이렉트로 관심 있는 거를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한 분이라도 차근차근 인연을 맺고 관심을 갖게 하면서 좀 길게 계속 우리를 알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관심이 있어서 오시는 분들은 그 맥락을 길게 유지를 해주는 편이에요. 그렇게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 할 때 다시 한 번 또 오셔서 아이들도 같이 배우고 그런 과정으로 전개를 하면서 사람들을 모으려고 해요.
연) 일단 결국은 뭔가 약간의 혜택을 주면서 발굴을 하는 거네요. 열려있는 관계로, 우리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분들이 들어와서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자세나 조직으로 가는 거네요. 발굴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느티나무도서관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발굴하셨고 또 지금도 하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걸 통해서 하시나요?
최) 제가 느티나무도서관 다른 활동에 그렇게 크게 관여하지는 않지만 지금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3층에 있는 메이커 공간에서의 활동들이고요. 3층 메이커 공간 같은 경우는 ‘여기부터’라는 코너를 통해서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작당할 수 있도록 그걸 촉진시키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재료비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지원금이 많이 삭감돼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실제로 창업 스쿨 같은 것, 창업 동아리 같은 것도 만들고 그 안에서 실제로 창업 경험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그리고 여러 분들이 계속 모여서 끊임없이 모임의 기회를 계속 만들어줘요. 예를 들면 얼마 전에도 ‘맥주 부루어리’ 그런 것도 하시더라고요. 그 모임도 지속적으로 있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시기도 하고요. 그렇게 관심 갖는 분들이 한 번 더 참여하게 되고 이런 식이죠. 너무나 다양한 것들이 있고 현재는 ‘꿈의 학교’ 같은 것도 도서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공간적으로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꽃꽂이 같은 걸 자기가 할 수 있다 그러면 그걸 나누면서 뭐 약간 도 닦는 듯한, 그런 시간을 갖기도 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능력치를 그걸 그냥 묻히지 않고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연결을 해주는 역할을 도서관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 그러니까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어떤 공동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최) 네. 절대적으로요. 개인이 하기에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옆에서 그냥 계시던 분들도 여기에서 이런 게 가능하구나라는 걸 알게 되고 하나의 루트를 발견하시게 되는 거죠.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겠다, 누구는 어떻게 하던데 데리고 와서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결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연) 살면서 다양한 루트가 있고 동네 안에도 굉장히 길이 많은데 보통 사람들은 다 자기가 다니는 길들만 다니잖아요. 옆길을 가보면 갑자기 딴 동네 간 거 같기도 하고, 새롭고 뭔가 몰랐던 것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고 한데 그런 걸 모르고 계속 자기 다니던 길만 다니던 사람들한테 ‘아, 여기요. 옆길이 있는데 한번 같이 가보실래요?’ 이렇게 길 안내를 해주면서 함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해서 그분들의 시선이나 시야가 확장될 수 있게 한다.
최) 그 부분은 어쨌건 도서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역할인 것 같고요. 각자 어떤 기관이나 위치마다 자기의 역할이 다르게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다 잘 모아진다면 훨씬 더 활발하게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 이번에 저희 마을에서 오래간만에 장터를 했는데 사람이 만나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이런 거를 느꼈어요. 동네 청년들이 ‘지구를 지켜라’라는 작은 카톡으로 시작한 모임이 있는데, 저도 카톡 모임에 들어가서 장터가 열리니까 ‘여기서 비건 한번 모여 봐’ 이렇게 얘기해서 정기모임을 하듯이 장터에 모였어요. 그런데 동네 비건들이 지나가다가 모임방에 들어오고 그래서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온 거예요. 6일 만에. 그래서 진짜 놀랬어요. 이렇게 사람이 만나는 게 중요하구나. 정말 그냥 산책을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분들 정말 장터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던 분들도 있는데 이렇게 장터가 모임의 장을 만드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꽃 심고 하천정화 작업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데 그분들도 거기서 활동가 모집을 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들이 모집이 안 됐거든요. 근데 거기서 3명이 또 들어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게 맞으면 금방 또 불꽃이 튀어서 뭐가 또 시작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연) 저는 자기장의 힘을 믿어요. 그냥 직감적으로. 직관적으로 믿어요. 도서관이나 책방 이런 데 있는 거를 좋아하는데 그런 곳에 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해리포터도 카페에서 썼다고 하잖아요. 막 시끄럽고 한 장소에서 어떻게 그렇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저도 사실 논문을 사람들 많은 책방에 앉아서 많은 부분을 썼는데 쓰면서 스스로 물어봤어요. 이 장소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나 하고요. 도서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에너지가 그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사실은 어떻게 보면 정보의 덩어리예요. 책도 정보의 덩어리죠. 그 많은 정보의 덩어리들이 같은 장소에서 마구 오고 가면서 발산하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그 힘. 책 안에 활자화되어 있는 그 가운데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떠돌다가 누군가 일종의 자석 같은 힘을 발산하면 자기장이 형성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장터에서 오가면서 많은 사람이 그런 에너지를 발산하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끌려오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재미삼아 해봤습니다.
김은) 사람이 ‘정보의 덩어리다’라는 얘기를 들으니까 신갈 오거리의 ‘갈래’라는 잡지에서 본 내용이 기억이 나는데요. 거기에 ‘아리랑 빈대떡’이라고 30년 된 빈대떡집이 있더라고요.
사장님이 처음에는 떡갈비 집을 하려고 하셨대요. 그런데 마을에 오래 사신 토박이 분이 여기는 떡갈비 안 된다. 이미 많다. 여기는 빈대떡 집을 내야 된다. 그래서 그 정보를 가지고 빈대떡집을 낸 게 지금 30년을 신갈 오거리의 명물로 지금도 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미디어의 역할이고 그 정보의 힘은 작은 것에서 출발하더라도 크게 촉발이 돼서 크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이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 이게 미디어 역할이다. 정의를 딱 해주셨네요. 누가 하느냐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렇게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져서 되는 거고 핵심 주체가 당연히 있어야 되는데 핵심 주체들을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을지는 정책적인 고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얘기를 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뭐가 정리가 되기는 하겠지만, 마을은 어떤 식으로 기록되는 게 좋을까. 어떤 식으로 기록되는 게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재미나고 좀 더 참여할 수 있게 할까 이런 얘기를 잠깐만 해볼까요?
그리고 다음 주에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미리 던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 지금까지 기록물 하면 서류 작업한 것, 그리고 거의 대부분 사업들의 기록물로 남는 것들은 제출한 서류 이런 걸로 남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건 재밌게 하지는 못하거든요. 서류 작업의 시대는 조금 간 것 같아요. 결국은 디지털로 sns, 즉각적인 반응이 있는 그런 것을 통해서 기록하는 게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 같긴 해요. 그런데 특히 동천동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밴드가 엄청 활발하게 움직여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밴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너무 닫혀 있기 때문에.
어쨌건 그런 미디어를 통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그리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밴드에도 장점이 있죠. 기록이 잘 모여진다는 장점이 있긴 하죠.
연) 재미있는 앱을 하나 개발해야겠는데요? 마을 밴드는 사실 기록도 되고 정보가 많이 공유되기는 하지만 단편적인 것들만 남잖아요. 스토리가 되지는 않아서 스토리로 만들어지는 게 사실은 중요할 것 같은데 구술 녹음도 하나의 방법이죠.
최) 모든 게 구술로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구술도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선택인 거고 다양한 방법이 가능한 그런 매체여야겠죠.
연) 사실은 동네 글 잘 쓰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 사람들 어떻게 한 번이라도 마을이야기를 쓰게 할까요?
최) 글만 잘 쓰고 관심 없는 거 아니에요?(웃음)
연) 글이라는 게 사실은 자기의 한 면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면 마치 그 사람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만큼 한 사람의 특징이나 성향이 글에는 많이 담기는 거라서 다양한 글을 읽으면 그만큼 사람들이 다양함을 경험하게 되는 면이 있어서 그게 또 마을 미디어의 좋은 점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오) 글 쓰는 거하고 좀 다른 부분을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요.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생태, 환경을 지키자는 일을 하잖아요. 예전에 지역 생태 활성화 얘기도 했는데, 도코로지스트,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도코로지스트 앱을 하나 만들어주시는 게 어떨까요? 저도 저만 좋아하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어떤 나무나 풀과 꽃이 있는 그런 공간들이 있는데 그거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있거든요. 그래서 플랫폼이 있으면 소소하지만 거기에 올릴 수 있고 그렇게 그런 것들을 공유하면 그것이 또 하나의 자료가 되고 기록과 공유가 되지 않을까요?
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아서 스마트폰으로 정말 너무 쉽게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짧은 동영상도 만들 수 있고 녹음도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참 많죠.
김태) 디지털 어렵다.
연) 디지털도 이제 쉽게 쓸 수 있도록 계속 발전될 거니까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을이 어떻게 기록되는 게 좋을까. 오늘은 도구적인 면에서 얘기를 했는데 다음번에는 쉽고 재미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면서 사람들이 좀 재미있을 수 있는 쪽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는 게 좋을까는 사실은 무엇을 남기면 좋을까 하고도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선택을 해야 되는데 그럼 마을 미디어에서 그 기록을 위해서는 무엇을 선택해서 어떤 식으로 남길까 이 얘기를 다음번에 좀 이어가면서 얘기하기로 하고, 사례 같은 것을 혹시 소개해 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까 제목만 말씀해 주셨는데 ‘사이다’는 어떤 특징을 갖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그게 유지 가능한지 그런 것들, 디어 교하도 제가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동영상이나 유튜브, 신문이나 지도가 될 수도 있고요. 다음번에는 구체적으로 소개를 하면서 얘기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다함께) 네. 좋습니다.
연) 마을신문이나 잡지 등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애로 사항이 많은데 이 애로사항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속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런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조금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소감 말씀하시고, 다른 분들의 제안도 들어보면서 오늘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은) 오늘 이야기 중에 구술이나 기록 혹은 녹음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런 것들은 집중해서 계속 봐야 하는 미디어들이거든요. 시간을 들여서 잘 듣고 봐야 어느 순간 감동이 와서 정말 뭉클해지는 순간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반면에 정말로 제가 요즘에 많이 느끼는 것은 사진이나 일러스트 같은 한 장의 이미지가 주는 힘이에요. 이게 정말 강렬하고 메시지가 크고 빠르구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 활동에서 좀 아쉬운 건 그런 미디어의 강점을 살리기에는 아무래도 질이 떨어지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 사진이나 일러스트 같은 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도구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미디어 교육을 통해서 마을 이야기를 잘 담아낼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교육들이 마중물이 되어서 물을 콸콸콸 내는 그런 미디어 활용 사례들을 다음 시간에는 좀 많이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 어렵겠다. 이걸 또 누가 하지? 이런 생각이 일단은 들고요.(웃음)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이라는 거는 결국은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들의 흔적인 거잖아요. 그런 걸 잘 소중하게 보관하면 되는 건데 이거를 어디에다 어떻게, 이 부분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장) 저도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있는 상태에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아까 김은혜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기술적인 걸 배우고 싶어요. 그런 쪽으로 정보를 많이 얻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솔직히 만약에 단체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가서 배울 의향이 굉장히 많거든요.
연) 정말 그런 배움이나 훈련이 필요하겠어요. 아까 제가 보여드린 책도 관리 편, 수집 편 이렇게 있고, 기록 편 이런 것도 나올 수 있는데 관심은 있고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네요.
오) 저희 머내여지도가 해왔던 것들을 다른 곳에서도 하면 되게 좋을 것 같은데요. 다들 방법을 모르는 부분도 있고 특별한 사람만 한다는 생각들이 있어서 약간 매뉴얼화해서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어요.
연) 마을 기록의 다양한 방식을 어느 정도 매뉴얼화하는 게 아마 다른 지역, 서울 같은 데 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기록 관련해서 이용할 만한 자료들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 주 잘 보내시고 기운내서 다음 주에 뵐게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