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펴다’
2021-03-0303월_ 마을에 띄우는 글 ‘펴다’
▲ 2021_기지개를 켜는 영월의 숲 (사진: 연인선) 外 펌
펴___다
봄물이 오르는 자연이 그냥 그 자체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움츠려져 있고 쪼그라들어 있는지. 삶뿐 아니라, 몸도 마음도, 정신도, 생각도, 의지도, 감각도. 그런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느껴보면 영혼 어디쯤 슬픔이 고여 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걸 감지할 수 있음이 다행일 수도 있겠다. 반전을 꿈꾸고 시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경우에 반전이란 활짝 폄이다. 몸을 스트레칭하듯이 움츠린, 쪼그라든 모든 걸 쭉 펴는…
앞서가기보다는 따라가기에 익숙한 우리가 그렇게라도 자연을 따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지와 대기가 주는 기운을 힘껏 빨아들여 온몸을 바로 펴고,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생각의 주름을 펴고,
나의 삶을 세상 속으로 펼쳐보는 몸짓에 큰 용기가 필요할까?
오히려 작은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얼굴 근육부터 풀고 입가를 살짝 올리고 봄의 얼굴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만나면 참 반갑고 좋은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기운들이 결국은 우리 삶을 펴게 하는 힘이지 싶다. 봄물 오르는 자연을 따라가며 마을에서 그 힘을 퍼 올리는 신선한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가까이에서 놓치고 사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는 경험까지 하면서 말이다.
글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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