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두 살’
2022-08-082022년 8월_‘두 살’
한 살은 예부터 잘 챙기고 기념하며 축하하는 특별함이 있는 반면, 두 살 부터는 예사로이 지나가는 게 보통이다.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도 어찌 하다 보니 두 살 턱을 그냥 넘어버렸다. 두 번째 일 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영상으로 정리 중이지만, 계획했던 이벤트도 더 중요한 나날의 일들에 밀려났다. 요즘 우리들의 생각을 잠식하는 일상의 고됨도 거기 한 몫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것저것 들척이고 되돌아보며 앞 뒤 시간과 마음의 거리, 현실과 비전의 거리, 개인과 공동체의 거리, 뿌리와 나무꼭대기의 거리, 머리와 가슴의 거리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된다.
두 살이 대수로운 나이가 아닌 것은 어쩌면 모든 게 조심스럽고 새롭게 세상 자리 잡아야 할 시기를 지나 익힌 발걸음을 계속 내딛고, 삶의 몸짓을 익혀 일정 부분 성장의 궤도에 들어서서 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의 바다는 늘 소용돌이 치고, 성장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자연에서의 성장에는 생태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성장은 마을공동체의 성장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야 함이 당연하고, 마을공동체의 성장은 우리 사회의 여러 환경과 조건의 맥락에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 팽배한 위기적 상황은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위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세상의 이치는 참 묘해서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말을 허튼 말로 치부할 수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실제로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 본연의 공동체의식이 발휘되어 서로를 지키고 살린 사례들은 많이 알려져 있고, 그런 사례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우리 내면 깊숙이에 자리하고 있는 상생의 본능과 의지에 놀라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적자생존의 이론 뒤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협력의 DNA가 작용해 현재의 인류 발전을 이루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을공동체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많은 위협의 조건 속에서 잔뿌리, 실뿌리로 살아남아야 하고 더 강해져 우리 사회와 삶을 살려야 할 역설적 강인함을 요구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또 그렇게 마을공동체는 뻗어갈 것이다. 그 토양을 잘 보살피는 일이 정부와 지자체, 중간지원조직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두 살 턱을 넘으며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역할에 다시금 숙연해진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이제 막 마을살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많은 분들의 기대와 열정, 분투로 인해 현실과 비전의 거리, 개인과 공동체의 거리, 뿌리와 나무꼭대기의 거리,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희망으로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다.
글/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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