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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띄우는 글] ‘한 살’

2021-07-05

7월, 마을에 띄우는 글_ ‘한 살’

산책 길에 만난 풍경(사진_ 연인선)

한 살

한 살이다. 여름, 가을, 겨울, 봄, 네 계절의 흐름과 변화를 또렷이 새기고 느끼며 일 년을 살아,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이제 겨우 한 살이 되었다. 뒤뚱뒤뚱 걸음마를 시작하며 그동안 한발 한발 떼어 내딛을 수 있게 옆에서 손잡아 준 이들의 박수를 받아도 좋을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센터가 생겨 존재한다고 해서 센터가 그냥 센터라는 영어 의미대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넓은 용인 지역에 따로 따로 흩어져 있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많은 마을공동체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함께 생명력을 가득 품은 숲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용인 곳곳의 마을공동체들을, 마을활동가들을 엮고 잇고, 그 관계의 힘을 북돋아 가려 한다. 그것이 센터의 존재 이유이자 의미라고 생각하기에.

그러므로 센터가 걸음마를 시작했다는 것은 마을공동체들이, 활동가들이 드디어 일어서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함께 걷는 것, 함께 걸어가는 길은 새로울 것이다. 서로가 건네는 시선과 말에 구름 같이 예쁜 꿈이 떠 있기도 하고, 서로가 보여주고 가리키는 손길 끝에 ‘아’하고 감탄할 경이로운 발견이 있을 수도 있고, 고단함이나 그저 함께 있어 좋은 편안한 쉼이 있을 수도 있고, 용감한 도전과 뿌듯한 성취가 있을 수도 있다. 미처 모르는 좋은 공동체,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이미 잘 자란, 이제 막 싹을 틔우는, 어떤 꽃을,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되는 가지각색의 나무와 씨앗이 우리 삶터에 널리 퍼지고 뿌리 내려 새로운 생태계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나무는 서로 기대어 자라고 또 바람에 부대껴야 튼튼해진다고 한다.

여럿이 한발 한발 옮기다보면 우리의 길이 단단해지고, 삶터가 넓어지고, 다양함이 가득한 숲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공동체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믿는다.

지난 일 년 동안 만나고, 함께 이야기하고,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보고, 함께 해온 모든 분들께 어린 고마움과 한 살 나이만큼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글/ 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