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띄우는 글] ‘반’
2021-06-036월, 마을에 띄우는 글_ ‘반’
▲ 하늘에 뜬 반달, 산책 길 풍경(사진: 연인선)
‘반’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버린 OOO인가요.’
가사가 재미나고 아기자기한 반면 쓰다 버린 쪽박, 신다 버린 신짝, 빗다 버린 면빗 등등 반쪽짜리 존재에 대한 가치 절하가 배어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반쪽의 쓰임을 이미지로 재치 있게 살려낸 동요다. 쓰다 버려진 것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가치를 가지게 되는 동요의 내용이 마치 요즘 환경문제로 한창 주의를 끌고 있는 재활용, 새활용을 노래하는 변주 같기도 하다.
새삼스레 반달과 반쪽이 달리 보인다. 어떤 면에서 반달이 보름달보다 마음 편하다. 둥글고 밝은 보름달은 꽉 찬 충만에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다. 곧 기울 걸 알기 때문이다.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잠 못 이루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반달은 반쪽이 다시 채워질 거라는 기대와 희망, 덜 차서 여유로운 편안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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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반’의 의미를 웅변한다.
‘반’은 ‘다’는 아니지만 은연중 ‘다’가 내재되어 있다.
‘반’은 부족한 듯하면서 제법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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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 무엇도 완전하지 않고, 특히 사람은 더 그렇다는 걸 안다. 그래서 서로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살아가는 게 우리 삶이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가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가장 경이로운 경험은 반쪽들이 만나서 이루는 무한한 조합의 가능성과 어울려 이루는 힘이다.
반달은 우리들의 사랑스럽고 편안한 모습 그대로이다.
글/ 사진_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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