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을의 주인이다] 정정숙 관장
2021-08-02마을은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무대_ ‘들풀처럼 강인하게, 들꽃처럼 향기롭게!’
▲ 근현대사 미술관 담다_ 사진1
모처럼 쉬는 월요일!
오늘은 느긋하게 늦잠도 자고 게으름도 피우고 잠자리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런 생각도 잠시, 악!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밤에는 열대야로 아침에는 따가운 햇살과 더위 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북극곰이 사는 집을 잃고 방황하는 생각에 나 또한 집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또 한 마리의 북극곰의 집을 해칠 수 없어서 시원한 바람을 쐬러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 산책길 따라 걸으면서
싱그러운 초록빛을 두 눈에 가득 담고 새파란 하늘에게 말을 걸었다.
“ 나, 잘 하고 있는 거지?”
하늘이 머리를 끄덕끄덕 대답했다.
23년간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2019년 6월 14일, 마을에 자그마한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미술관 하면 부유한 사람들이나 방귀 꽤나 뀌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지만 모아 놓은 재산도 없으면서 겁 없이 그동안 짝꿍이 모아놓은 그림들을 마을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 그리고 그림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역사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미술관을 개관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을이 나의 품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나는 마을을 내 품에 담았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축적해 온 나의 이상과 꿈을 마을을 통하여 실현하고 싶었다. 일단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마을 친구들을 찾았다. 뜻있는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던 중 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그 내용을 더욱 충실하게 꾸릴 수 있었으며 올해에는 지역 네트워크간 사업에 선정되어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마을공동체를 접하게 되었다.
나의 중심 화두인 생태, 문화예술, 교육, 평화 등의 단어는 마을을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로 관련성을 가지고 관계 짓기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콜라보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인문학과 그림, 그림과 작은 음악회, 요리와 그림이 만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시와 인문학이 만나기도 하였다. 가수가 되고 싶은 청년에게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또 때로는 시인이 된 북한이탈주민과 시로써 대화하는 장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한 때는 미술관에서 북한문화이해하기 시간으로 북한명절 때 빚었던 꼬리떡 만들기를 하였다. 북한이탈주민과 용인시민들이 모여서 하하호호 수다를 떨면서 함께 꼬리떡 만들기는 이미 이들에게 평화이상의 선물을 안겨 주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고향의 맛을 되새기는 시간을 주어 고맙다고 한 그분들이 생각난다.
▲ 근현대사 미술관 담다_ 사진2
이번 해에 미술관에서는 마을 꼬마친구들에게 경기도교육청 지원으로 에코+1 꿈의학교와 만나게 하였다. 에코+1꿈의학교 시간에 미술관 업사이클링 작품을 보여주면서 마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하였으며, 생태의 중요성을 함께 고민하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실천사항을 적어 보게 하기도 하였다. 일회용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이에게 편지쓰기를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마을은 때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만나게 하고, 또 때로는 아이들과 어른이 만나기도 하며, 남북한 문화가 함께 만나기도 하였다. 이속에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마을은 때로는 들풀처럼 강인하게, 또 때로는 들꽃처럼 향기롭게 서로를 어울리게 한다. 그래서 난 마을이 참 좋다. 마을에서 꿈을 꿀 수 있고 또 꿈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잘 극복하여 하루빨리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 난 마을이 참 좋다!!!
글_ ‘근현대사미술관 담다’ 정정숙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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